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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원문 위치: http://blog.cyworld.com/char-babe/3964998
문학평론가로 뛰어나 비할 데 없는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지난 9월 18일 생을 마감하며 '문학의 교황'이라는 타이틀을 쓸쓸하게 남긴 폴란드계 유대인 비평가다. 1920년 폴란드 브워츠와베크에서 태어난 그가 9년 후 가족과 베를린으로 이주했는데 이 시절 그는 독일 문학과 문화에 빠졌다. 하지만 1938년 10월 제3제국의 유대인 탄압으로 12,000명 넘는 폴란드계 유대인들 속에 강제 추방 당하고 바르샤바 게토에 수용된다. 1943년에는 자신의 아내 테오필라와 극적인 탈출에 성공하여 열17개월을 한 농가에서 숨어 지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폴라드군에 입대하고 런던 주재 폴란드 총영사관에서 영사로 일하기도 한다. 1949년부터는 독일문학 편집자이자 비평가로 일하는데, 이렇게 지겹게 사실을 나열한들 그의 인생은 힘겨워 더욱 빛났다. 전쟁을 뚫고 생존한 그는 평론을 통해 얼마나 혹독하고도 위대한 삶을 살았는지 간파할 수 있다. 그는 1988-2001년까지 독일 공영방송 ZDF에서 '문학 4중주 (Literarisches Quartett)'라는 서평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여기서 직설적이고 명쾌한 평론을 하여 많은 명성 높은 작가들의 미움을 받게 됐다. 종교가 쓸모 없다 생각하고, 신은 상상도 않겠다는 그의 무기는 드라큘라처럼 무섭게 드러낸 송곳니와 위험하게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정도일까? 사람도 박쥐도 아닌 그는 “나는 반편의 폴란드인, 반편의 독일인, 그리고 온전한 유대인입니다.”라고 이야기 했고 세 가지 모두인 그의 삶은 착잡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그의 모습이 가장 공감되어 아마 전쟁 이야기가 많은 그의 자서전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개개인마다 누구나 힘든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일상에서 속 편하게 그렇게 이야기할지 몰라도 예술에서의 현실은 극히 층하한 구조다. 예술인의 가치는 고통으로 평가된다. 팔이 잘렸느냐 귀가 잘렸느냐 가슴은 남아있지 않고 지금도 피를 토하는가? 얼마나 고통스러웠고 그것으로 얼마나 부서졌고 복구가 안됐는지에 따라 위대한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 재산 1150원 밖에 없는 이가 버스에 올라타는 것과 비슷하다. 대가는 전재산이고 올라타면 돌아올 수 없다. 종점으로라도 계속 이동하기 위해 뒤 칸에 몰래 숨어 온종일 쭈그리고 앉아있는 것이다. 그에 대한 존경은 분명 그런 그의 힘든 과거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게다가 그는 칭찬을 심하게 아꼈고, 이러한 타이거 맘 (Tiger Mom) 평론 성향은 애정에 메말라 더 위대한 대다수의 훌륭한 작가들을 애타게 하고 잠 못 들게 만들었다. Char는 글을 쓰는 입장에서 그와 다른 세대인 것이 기쁨과 동시에 약간 슬프기도 한 것이 분명 한평생 겪어야 할 부모라는 작자의 무게에 짓눌린 아이들이 예술인이 된 후에도 그 나르시스트 적인 역할의 바톤을 넘겨받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같은 무서운 평론가를 놓쳤다는 이유 때문일 거다. 분명 피학대 성애자 (masochist)의 아쉬움이다.
이 에세이집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가 긴 세월 수집한 여러 작가의 초상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주는 그림이고 덤으로 작가의 이야기도 양념으로 추가된다. 본인이 말하기로도 초상화 컬렉션이 문학평론가인 자신의 이력에 한몫 담당했다는 것이다. 상을 받으며 선물로 받은 그림부터 선물로 받았는데 정말 못 그려서 버리고 싶었던 그림까지 많은 초상화를 모아 집에 하나씩 걸며 어느새 자리가 없어 이사해서 걸기까지 그 열정이 느껴지는 그의 예술 사랑이다.
이 책의 리뷰를 어떻게 쓸지 몰라서 하루나 늦게 리뷰를 올리게 됐다. 재미없게 읽지는 않았으나 주로 마지막까지 어떻게 쓸지 몰라도 어떻게든 틀이 정리되는 편인데 ‘작가의 얼굴’은 차라리 정말 초상화로 다시금 확인 가능한 작가의 얼굴 (관상)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좋았을 걸- 여러 작가의 초상화를 접한 계기와 평론가만의 관련된 추억 정도로는 도무지 뭐라 적을지 모르겠다. 평론가와 작가의 차이는 크지 않다. 글도 잘 쓰고 문장력도 좋다. 곁눈질로 보면 평론가에 더 걸 맞는 이들은 글을 잘 쓴다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확연한 차이란 남의 명확한 평가에 있는 평론가란 글과 무관한 일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고로 가끔 이 사람이 에디터, 평론가 또는 작가가 직업인지 고민될 때면 이렇게 생각한다. 에디터는 글의 오락성이 다분하지만 속이 없고, 평론가는 잘 썼지만 읽는 재미가 없고, 작가는 발로 써도 글이 재미있고- 발의 밑 단까지도 완벽하게 바지길이를 맞춰 낸다. 그래서 팔만한 글은 작가의 글뿐이고 엉망인 상태에서도 에디터가 관객을 끌어 모으는 대중성을 담당하고 평론가가 채찍과 당근을 들고 등장해야만 서커스 쇼가 완성된다. 코끼리 없이 당근과 채찍을 가지고 무대에 선 그의 에세이를 보통 사람에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의 평론을 좋아하는 독자 또는 ‘작가의 얼굴’에 등장하는 41명의 영향력 있는 또는 잊혀진 작가에 관심이 있다면 백 번이고 즐거운 독서다.
이건 아마도 에디터와 출판사 측의 노고이겠으나 특징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림의 소개와 해당 그림이 항상 정확한 자기 위치를 하고 있다는 거다.
너무 빨리 등장하지도 늦게 등장하지도 않는 그림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과 같이
적절한 순간으로 친절하게 배열된 게 독서에 도움이 많이 됐다.
‘옮긴이(김지선)의 말’이 가장 잘 정리했다.
독일문학에 대한 특출 난 사랑을 이야기하며 초상화를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문학을 이야기한다.
가만 보면, 우리는 모두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학과 예술, 정치나 사회, 그 무엇에 대해 말하건, 실은 자신이 사랑하고 기억하는 것들, 소망하고 지향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모둔 이야기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사람이고자 하는지에 대한 고백이다.
그리고 그 고백들은 누군가에게 가 닿아, 하나의 거울이 되고 그림자가 된다.
- 349쪽, 살고 사랑하고, 이야기하기 中 (옮긴이)
알라딘 웹사이트 / 작가의 얼굴 도서
알라딘 신간평가단 13기 (Essay)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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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어베인글릿츠)! blog.cyworld.com/char-ba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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