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타이거! 그리폰 북스 9
알프레드 베스터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밤 12시 40분. 신도림역앞 인천행 88번 버스를 기다리는 중.
전철은 이미 끊겼고, 그나마 가까운 곳까지 가서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가야 한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통근하는 길은 항상 지친다. 전철을 타고 돌아가는 날은 전철에서 책이라도 보면서 지루함을 잊을 수 있지만, 이렇게 막차를 놓치고 집에 가는 날은 가는 길 내내 고생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 버스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짐짝신세. 그래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이렇게 집에 고생하면서 갈 때나, 밤을 새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갈 때는 텔레포트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에서 뿅하고 사라져서 집 안에 뿅하고 나타나면 얼마나 편할까!

최근에 나온 [타이거! 타이거!]는 주요 소재가 텔레포트(책에서는 "존트"라고 한다)이다. 가볍게 텔레파시에 대해서도 나오지만 주 소재는 "존트"이다.

이 책은 이번이 처음 번역된 것이 아니다. 맨 처음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본 것은 동서문화사 번역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나마도 구할 수도 없어서 빌려서 보았다. 언제나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그러나 꼭 보고 싶은 책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책은 절대로 절판되어서는 안된다! 단 한 명이 보고 싶어도 볼 수 있어야한다. 방법은? 모른다. :)
현재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많은 책들에 비한다면, 이 책은 운이 좋았다. 시공사가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는 SF를 이렇게 내 주는 것에는 항상 감사하고 있다. (시공사 사주가 누구인지, 그리고 돈이 어디서 났는지에 대한 것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T.T)

[타이거! 타이거!]의 중심 줄거리는 이렇다.
부서진 우주선을 타고 표류하고 있던 사람이 지나가는 우주선을 본다. 같은 회사 우주선이다. 조난 신호도 보냈다. 그 우주선도 조난 신호를 보고 접근해 왔다. 신께 감사한다. 아, 그러나 그 우주선은 사내를 구해주지 않고 자기의 갈 길을 가 버린다. 죽다가 살아날 뻔 했든 사내가 무서운 분노를 가지고 살아남아서 결국 복수를 시작한다.

이 책에서는 텔레포트 라는 것에 대해서 나름의 방법을 정의하고 있다. "존트"라고 명명된 텔레포트는 인간 정신 능력 중의 하나이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기를 배우는 것과 같이 "존트"라는 것은 배워야만 사용 할 수 있는 것이다. 대략적인 방법은, 한 장소에서 정신 능력으로 자신을 분해해서 다른 장소에서 다시 합성하는 것이다. 이런 "존트"때문에 사회적으로 생기는 문제들도 의외로 많다. 아무나 아무 곳에나 오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오 멋진 신세계! :) 세상이 뒤집힐 것이다.

텔레포트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보면 항상 "다시 합성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든다. "파리"를 생각해 보자. 사람과 파리가 합성되어 버리지 않는가. "존트" 해서 가는 곳에도 항상 물질이(기체든 고체든) 존재하는데 그 물질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물질들을 이용해서 다시 나의 몸을 원자-분자 단위로 합성해 내는 것일까? 그럼 원자가 부족하면 내 몸에서 뭔가가 빠지게 되나? 그리고 쓰고 남은 원자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SF를 읽으면서 이런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 보는 것도 나름대로 즐겁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존트"라는 것은 단지 수단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들이다. 자신을 버리고 가도록 명령한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그리고 찾아내고 나서 느끼는 심리의 변화이다. 결국 그 사람을 찾아내고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주인공이 선택한 것은 무엇인가. 그렇게 모든 것을 바쳐서 고생한 것이 결국은 어떻게 끝을 내는가?

이 책의 결말은 너무 해피엔딩이고 너무 좋은 쪽으로 결말을 내린 것이라고 본다. 좀 더 있음직하게(잔인하게, 비관적이게?) 결말을 냈더라면 더 강하게 마음에 와 닿았을 것 같다.

* 그래도 역시나 "존트"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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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6-11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자 발견. 소제 -> 소재. ^^

홍당무 2004-06-1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정했습니다. :)

BRINY 2004-07-0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타이거, 타이거]보면서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경인선 이용자들치고 그런 생각 안해본 사람 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