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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꽃
유성식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7년 2월
평점 :
절판
하루에 전철에서 보내는 시간만 3시간 정도 된다. 회사가 2시간 거리나 되는 곳에 있는 관계로 왕복 4시간이 걸리고 그 대부분의 시간을 전철에서 보낸다. 전철을 타고 다니면 좋은 점은 전철에서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로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고, 다른 일로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은 참 좋은 점이다. 서서 봐야 하는 점과 사람들에게 치이는 점은 사소한 단점이라고 보자. :)
전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나오기 위해서 걸어가다 주변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서로가 밀고 부딪히면서 지나가지만, 단지지나고 나면 기억도 못할 사람들이다. 저 사람들에게 나는 무엇이며, 또 나는 저 사람들에게 무엇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갑자기 유성식의 시집 [성난 꽃] 중에 한 구절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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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거칠어지고 추워졌다.
네 살도 거칠어지고 식어 갔느냐
체온을 나눠 주려 했는데
그것도 너에게 폭력이었느냐.
왜 너 같은 도마뱀뿐인 것이냐.
- 유성식, 성난 꽃 중 도마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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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억이 난 것은 "왜 너 같은 도마뱀뿐인 것이냐."는 구절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피하며 도망다니는 도마뱀들인 것일까?
누군가의 호의도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서 꼬리를 끊고 도망가는 도마뱀.
왠지 이 구절이 머리속을 떠 돌며 떠나지를 않는다.
작가와 내 생각의 코드가 일치하는 것일까?
다시 펼쳐본 책에서 쇼. 윈도. 꽃 1 이라는 것이 눈에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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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가시가 있다.
때로는 노엽고 슬프고
나는 당신들과 똑같은데
어찌하여 장미다 백합이다 불리지 않고
모조꽃이라 불려야 하는가,
왜 나는 성난 꽃이
되어야 하는가.
- 유성식, 성난 꽃 중 쇼. 윈도. 꽃 1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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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 대해서 뭐라고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읽고서 좋았던 기억이 남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