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품이 좋다
나카무라 우사기 지음, 안수경 옮김 / 사과나무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은 반짝이는 것에 관심이 좀 있다. 내가 가지고 싶어서는 아니고, 그저 알고 싶어서라고 할까? 지적 호기심이 철학의 근원이라고 하지 않나. (뭔소리지? ^^)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과거에는 반짝이는 것은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내가 가지고 싶지 않았으니 살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몇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선물을 할 일이 생겼을 때 반짝이는 것을 고르려고 하니까 도대체가 뭐가 적당한지 알 수 없었다. 선물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봐서 맘에 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내가 뭔가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정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덕분에 최근에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여자들 귀걸이만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어떤 귀걸이를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어떤 것이 내가 봐서 예쁜지. 뭐 그런걸 관찰하는 중이다.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보니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주변에서 말이다. 남자들은 별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사실 알고 보니 남자들 중에도 명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드물지 않게 있었다. 점심 먹고 점심값 걷을 때 보니 누구 지갑은 루이비똥이더라. 또 누구 시계는 에르메스고, 누구는 피디에이 케이스가 루이비똥이었다. (주변이 다 그런건 아니고, 대략 50명중에 3-4명 정도 그런가보다. ^^)

전에도 보던 것들인데, 모르고 있던 때는 정말 그냥 지갑이고, 시계였다. 그저 여기저기 웹사이트 돌아다니면서 알아보고, 전에도 보던 백화점 광고를 조금 더 관심가지고 보니 그런 것들이 존재했다.

이 책에서 지은이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명품은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주는 주변 사람을 만나야만 가지고 있는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것이 뭔 브랜드인지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루이비똥 핸드벡이고 그런 것을 가지고 있어봐야 남대문에서 파는 핸드벡과 구별하지도 못한다. (실제로 비슷한 가짜도 많구 ^^)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런 것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기 이 책의 지은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그저 허상일 뿐이다. 명품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도 명품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이 명품을 사는 것에 대해서 뭐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사람들은 나름대로 돈을 써 줘야만 한다. 부자들이 서민처럼 돈을 쓰면 안된다. 그 사람들은 돈은 펑펑 써 줘야 한다고 본다. 부자들에게 자선사업만 하라고 하면 그것도 곤란하지 않겠나. 나름대로 그 사람들도 개인적인 만족을 느끼기는 해야지. 하지만 문제가 되는건 이 책의 저자 같은 사람들이다. 자신의 분수 이상으로 명품에 매달리고 돈을 갚을 수도 없으면서 물건을 사 들이는 사람들. 그건 부자가 되고 싶은 자신의 욕망에 현실을 잊은 것 뿐이다.

지은이도 나름대로 명품을 맹목적으로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의 비가 오면 쓸 수 없는 샤넬 우산 이야기나 10만원짜리 초콜릿이라든지. 상식으로 보아 말도 안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명품에 맹목적으로 빠져들지 말라고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그것들을 이미 샀거나, 할 수 있으면 사고 싶어한다.

더구나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 선전을 비웃으면서 그런 모조품 목걸이를 하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자신에게 알려달라며 비웃는 내용에서는, '이 사람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1년 옷값이 2억이 넘으면서, 주민세와 보험료를 못냈다는 대목에서는 욕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이 책 지은이는 성공했다. 이런 책을 써서 나름대로 돈도 꽤 벌었고 2부도 냈다는 소리가 있다.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책은 사서 보지 말고 빌리던지 서점에 서서 보시라는 것이다. 별 내용도 없다. 가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지만 글자 크기도 크고 행간도 넓다. 서점에 서서 봐도 금방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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