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가 더 섹시하다
김순덕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회사에 외국 사람이 하나 와서 일을 하고 있다. 덕분에 대화가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고, 당연히 대화는 힘들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영어를 배우고 또 회사에 다니면서도 나름대로 영어 공부를 했다고 하지만 영어 회화는 언제나 힘들다.미국에 1주일 정도씩 3번, 홍콩에서 3달 정도 지내기도 했고, 이정도면 나쁘지 않을 정도인데도 영어 회화는 힘들다. 소설책이나 업무관련 서적은 원서로 읽는데 큰 불편이 없지만 영어 회화는 늘지가 않는다.

현재 영어 회화 수준은 간신히 밥이나 얻어먹는 수준이려나? 올해 미국에 갔던 때는 입국심사때 질문을 잘못 알아들어서 당황하기까지 했었다.(하는 일이 뭐냐고 묻는데, 게임 프로그래머스 컨퍼런스 간다고 답을 했다니, 왠 동문서답인가. 그래도 비슷하게 찾아서 프로그래머로 적는 것 같았다. ^^; 지문검사는 정말로 기분이 나빴다. 그나마 특정 사람들은 안하고 나머지는 한다는, 마치 2등 국가 취급하는 듯한. 혹자가 말하는 3류 식민지론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영어 회화에서 이 책, [마녀가 더 섹시하다]가 생각난 것은 지은이 김순덕씨가 강조한 영어 공용화론 때문이었다. 이 사람도 나름대로 일류코스로 교육을 받고, 신문사 기자까지 하고, 미국에 1년간 나가서 살다고 온 사람인데도 역시나 영어 회화는 어렵더란다. 거기다가 지은이는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세계화에 성공하고 우리 나라가 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미국에 1년을 있었더니 겨우 영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에 익고, 막 정말로 말을 할 수 있을 만 하려니까 한국에 돌아갈 날이었다더라.

나도 영어 회화는 잘 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공부/연습을 할 예정이다. 이유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그렇게 영어를 잘 할 필요가 있을까? 앞으로 평생을 살아가면서 외국인을 만나서 영어로 대화를 해야만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럼 길 물어보는 외국인에게 대답하기 위해서 영어를 해야 하는 것일까? 그건 영어를 잘 하지 못해도 된다고 본다. 영어 잘 못하면 어떤가? 어눌하게라도 길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면 그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

이 책 중반에 영어 공용화론을 본 후로 계속 가슴에 가시가 걸린 듯이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지은이가 처음에 주장한 내용 -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일을 하겠다' - 까지도 공연히 나쁘게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성공하고 싶어서 나라말까지 버리고 영어해서 성공하고 잘 살고 싶다는 것이냐.'라는 반감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지은이는 미국에 가 있으면서, 또 일을 하면서 영어 회화에 대해서 많은 피해의식이 있었던 듯 하다. 나는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니 불편할 밖에.

그래도 그 이외의 다른 내용들은 재미있고 흥미롭게 볼만 했다.
미국의 주택제도에 관한 내용이라던지 - 우리 나라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이 우리와 달리 집을 자기 것으로 하는데 연연하지 않고 월세로 그냥 거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틀린 생각이란다. 미국 사람들도 할 수만 있으면 집을 사려고 한단다. 대신 한번에 사려고 하기 보담은 빚을 내서 사고(모기지론) 몇십년에 걸쳐서 집을 갚고, 다시 그 집을 조금씩 팔아가면서(역모기지론) 노후를 보낸다고 한다. 집을 사는 것이 노후 대비라는 거다.
미국의 집값과 교육 환경과의 관계라던지 - 미국도 교육에 우리만큼이나 극성이란다. 할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 길 하나 차이로 좋은 공립학교에 가는 지역과 아닌 지역의 집값은 천지 차이란다.
미국의 교육이 꼭 개개인의 능력을 살린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라든지 - 미국의 교육은 자기 자신의 삶에 만족을 하고 살게 하는 것이란다. 내가 보기에는 우민화 교육이라고 보였다면 좀 심하게 본 것일까?
미국판 고3은 한국보다 그리 못하지 않다는 것 - 이건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사람에게만 해당되기에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란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면 알 수 있겠다. 일류 고등학교나 대학교는 우리나라 만큼이나 힘들단다.
똑똑한 딸 이야기라든지 - 왠지 엄마보다 딸이 똑똑해 보였다. :)

꼭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가 아니라도, 우리가 서양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선입견, 편견 그리고 동경이 많은 부분 근거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평준화만이 항상 옳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것이다. :) 우리와 같은 고민을 그들도 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