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는 확실히 21세기의 시작을 열였던 최고의 드라마다.
여러 면에서 이전에 인기 있었던 ‘엑스 파일’ 시리즈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엑스 파일’의 멀더 요원은 감정적이고 직감에 의존하는 수사를 하는 반면, ‘CSI’의 요원들은 냉철하게 증거를 수집, 분석한다.
영화와는 달리 TV 시리즈가 그 생명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기발한 소재는 물론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필수다. ‘엑스 파일’은 멀더 요원과 스컬리 요원, 부국장 심지어는 악역인 크라이첵과 담배피는 남자에게까지 확실한 개성과 감정을 부여했다.
‘CSI’도 그 점에서는 완벽하다.
냉철한 이성에 위트가 넘치는 그리섬 반장, 강인하고 포용력있는 캐서린, 나름대로 진지한 구석을 자주 보이는 워릭, 늘 웃는 인상의 닉, 당돌하고 똑똑한 새라, 한 마리 사냥개처럼 용의자를 상대하는 브래스 경감...(시즌 1에서는 아직 '실험실의 아인슈타인' 그렉의 비중이 크질 않다.)
또한 ‘CSI’는 항상 시청자의 예상을 한발 앞서나가는 전개를 보여준다.
새로운 등장인물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기도 한다. 억울한 누명을 쓴 용의자의 무죄를 벗겨내지만 그 또한 완벽하게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시즌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피는 그리섬이 단 한번이라도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던 ‘Unfriendly Skies’와 캐서린이 법과 동정심 사이에서 갈등하고, 워릭이 범인을 따뜻하게 감싸는 ‘Crate And Burial’이 기억에 남는다.
둘 다 냉철하게 증거를 수집하고 과학적으로 조사하는 CSI 요원들의 따뜻함이 물씬 베어나는 에피들이다.
하지만 'CSI'는 이미 시즌 8이 방영중이고, 무르익은 완성도의 4~5시즌을 생각한다면 1시즌의 풋풋함이 촌스러움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