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맨 3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샘 레이미 감독, 토비 맥과이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이번 작품은 마치 '스파이더맨' 3, 4, 5편을 한꺼번에 본 것 같다.
무려 3명의 적들이 총출동하고, 피터는 또다시 뻔하고 식상한 3각관계로 고민한다. 설득력 없고 의례적인 MJ의 변덕스러움은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한다.
지나치게 인간적인 갈등과 애정문제에 집착하다가 액션 블록버스터의 본분을 완전하게 잊어버린 '수퍼맨 리턴즈'가 떠오르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3편을 온전하게 지배하고 있는 셈 레이미 감독의 개성과 유머가 '엑스맨' 시리즈나 '배트맨 비긴스'같은 여타의 히어로물들과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3편에 이르러서는 스파이더맨이 빌딩숲을 가르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좀 더 어지럽고 화려한 질주를 선보인다.
공포영화가 주 종목이었던 감독답게 유독 깜짝 놀래키는 장면들도 굉장히 많다. 악당들은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갑자기 나타나 스파이더맨과 육탄전을 시작한다.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다는 완벽한 속편답게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최적화된 도시형 액션을 선보이는데, 무척이나 아쉽게도 사상최강의 적이었던 베놈과의 대결은 너무 싱겁고 짤막하게 끝나버린다.(과연 이 베놈이 '스파이더맨' 1편의 제작단계부터 팬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그 베놈인가 싶다.) 오히려 전반부를 장식하는 고블린 주니어와의 추격전이 더 박진감 넘쳤다.

이번 3편에서는 특히 고블린 주니어, 해리 오스본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주인공 피터 파커의 고민이야 이제 익숙하지만, 해리는 스파이더맨을 증오하다가 기억을 잃고 다시 피터의 베스트프렌드가 되고, 기억을 찾은 뒤에는 또 다시 갈등하다가 화해한다.
해리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많은 고뇌와 슬픔을 겪은 인물이었고, 그래서 그의 비극적인 결말이 더욱 가슴 아팠다. 그래서 그가 '스파이더맨3'의 진정한 주인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샘 레이미 감독의 페르소나인 브루스 캠벨이 등장해 골수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3탄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의 프랑스계 지배인으로 나오는데 시리즈 중 가장 코믹하고 발랄한 카메오를 선보인다.

개인적으로 성공적인 3편을 마음껏 즐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임스 카메론이 기획했다는 어둡고 잔혹한 스파이더맨을 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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