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1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해리 포터의 모험담은 여전히 흥미진진하지만 가끔 작가의 독특한 취향과 우스꽝스러운 심각함에 놀라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이번 6권은 읽는 내내 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지금까지 시종일관 근엄하던 덤블도어는 죽음의 순간에 이르자 목숨을 구걸한다.(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 나오는 간달프처럼 “죽음은 끝이 아니다”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구나 만만한 상대였던 말포이한테는 마음껏 말빨을 세우더니만, 그건 모두 가식이었나...

해리 포터는 편집증 환자처럼 말포이와 스네이프의 뒤를 ?는다.
그런데 덤블도어의 눈에는 뭐가 씌었는지 해리 포터의 민원을 철저히 무시한다. 덤블도어는 진정 위대한 마법사가 아니라 자만심에 빠진 노인네였을 뿐일까?(마지막 7권에서 어떤 식으로든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주인공에 대한 무조건적인 호의도 너무 지나쳐서 거북할 지경이다.
주인공편은 규칙을 어기고, 비겁한 수를 써도 ‘정의의 이름으로’ 모두 용서가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법이나 상식 따위가 아니라 판단이 모호한 ‘정의’와 우리 편인가 아니면 너희 편인가 하는 편 가르기뿐이다.

해리 포터와는 달리 말포이는 점점 더 불쌍해진다. 지금까지는 우리의 영웅을 괴롭히는 못된 악당으로만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악행을 망설이다가 포기하는 걸 보니 그래도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원래 살인을 즐기는 악마가 아니라 가족의 목숨 때문에 나쁜 짓을 저지르게 되는 처지니 한편으로는 동정이 가기 마련이다.

마지막에 혼혈왕자가 “내가 혼혈왕자다!”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부분은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코믹하고 우스꽝스러웠다.

그리고 4권 이후부터 자꾸만 독자의 인내력을 시험하거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듯한 번역은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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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4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불의잔 이후로는 못보겠더라구요 ㅠ.ㅠ

Mephistopheles 2006-05-2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엔롤랑의 한계가 점점 보이는 과정 아닐까요..??
공식석상에서 헤리포터를 죽이고 싶다란 표현의 말을 해서 논란이 되었는데..^^

sayonara 2006-05-24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너무 길어졌고, 너무 늘어지더군요.
특히 해리 포터의 죽음에 관해서 이러쿵 저러쿵하다가 출판사한테 쿠사리 좀 먹었었다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갱스터 장르의 본분을 잊고 자아도취된 나머지 '대부3'를 지나치게 예술적으로 치장하다가 실패했던 것처럼, 부디 그런 실수가 없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