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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ㅣ 청소년 현대 문학선 2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한 평범한 아버지가 있다. 집 안에서는 천덕꾸러기신세, 직장에서는 그저 그런 미미한 존재...
어느 날 그 아버지는 불치의 병에 걸리고 만다. 그리고 가족들의 태도가 180도 돌변한다. 아내는 남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솟아오르는 듯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심지어는 외도까지 부추긴다.(정말 대단한 이해심이다.) 평소에는 말조차 걸지 않던 딸은 갑자기 이 세상 최고의 효녀가 된다.
제대로 된 갈등 같은 것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고 단지 불치의 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이해되고 용서되며 해결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을 수 없는 서글픔을 느꼈다. 이 땅의 아버지는 암이라는 불치의 병이라도 걸려야만 가족들에게 겨우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초라한 존재인가. 꼭 이런 식으로 억지감동을 쥐어짜내어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해야만 하는 걸까?!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자신 있게 말하건대, 가벼운 글 몇 줄로 만들어진 감동은 진지한 감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장애우에 관한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만 실제로는 잠깐의 동정심을 갖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평소에는 부모님께 함부로 대하던 자식들이 이 책 한 권으로 갑자기 효자, 효녀들이 되지는 않는다.
잠깐의 감동을 느끼고 부모님의 사랑을 되새기는 것으로 족하다면 할 말이 없지만, 아버지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얼마나 가볍기에 이런 식의 싸구려 신파극으로 깨달아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