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계 환상문학전집 10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을 꼼꼼히 읽어보면 요즘의 많은 공상과학 작품들이 이 케케묵은 SF소설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제목마저 똑같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잃어버린 세계'가 대표적인 경우다.
주인공이 학회에서 이단적인 주장을 내세우고 엉겁결에 모험에 나서는 식의 설정은 '스타 게이트'같은 영화 등에서 많이 쓰였다.
원숭이 혹성에 불시착한 지구인들의 모험담 '혹성탈출'도 이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결국 요즘의 독자들이 보기에, 20세기 초반의 이 걸작은 '스타 게이트'로 시작해서, '잃어버린 세계'(마이클 크라이튼)처럼 보이더니, '혹성탈출'로 전개되다가 마지막에는 허탈하면서도 기가 막힌 반전을 두 번이나 선사한다.-첫 번째는 탐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두 번째는 멀론의 애정 문제에 있어서.-

코넌 도일의 과장된 문체는 대로 그 정도가 심해서 우스꽝스러울 정도다.
'우리에게 심각한 불행이 일어났다',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시작한 에피소드는 늘 그렇고 그런 수준의 어려움들뿐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팀 내의 불화가 일어났거나, 잠깐 길을 못 찾아 헤매는 정도 말이다.

뒷부분에는 '유독지대'라는 중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행성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에테르의 바다'라는 케케묵은 19세기의 과학이론은 현대의 독자들에게 오히려 이색적으로 보인다.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류의 멸절을 앞에 두고 우리의 네 주인공들이 최후의 만찬을 하며 죽음과 삶,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나름대로 재미있고, '위대한 정원사가 과일 표면 위에 너무 많이 자란 인간균을 소독한다.'는 식의 비유도 재치 넘친다.

만족스러운 내용과는 달리 황금가지 출판사의 제본과 편집은 늘 불만족스러운 편인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우선 하드커버를 가장한 페이퍼 북이란 점이 가장 불만스럽다. '하드'하지 못한 제본은 이미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도 충분히 불만스러웠었다.
그리고 편집을 하는데 있어서 주석을 미주가 아닌 각주로 달았으면 더욱 읽기 편했을 것이다. 주석을 보기 위해 매번 챕터의 뒷부분을 넘겨봐야 하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주석의 내용은 매우 훌륭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우리에겐 낮선 100여 년 전의 각종 지명과 인물들에 관해서 상세히 설명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작가의 의도, 다른 작품인 '셜록 홈즈' 시리즈와의 비교까지 친절하게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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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마이클 크라이튼거보다 낫죠^^

sayonara 2005-10-26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이죠.
이 책은 공짜로 구했는데, 황금가지는 또 한번 나를 실망시키네요. 행복한 책읽기의 완역본이 좀 더 나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