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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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1절 첫 페이지에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엘러리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이야기를 한다.
"추리소설이란 논리게임이며, 미스터리에 걸맞는 명탐정의 등장과 불가능 범죄, 깜짝 놀랄 트릭이 좋다."는 것이다.
이 걸작추리소설에는 그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외딴 무인도에 있는 기괴한 건물, 십각형의 건물과 십각형의 테이블, 십각형의 컵, 의문의 연속 살인과 서서히 밝혀지는 과거의 비극 등이 음산한 분위기와 어울려 시종일관 흥미를 자아낸다.
마치 '김전일'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같은 이 책의 이야기는 확실히 내 타입이다.
간혹 '영원의 아이'나 '인간의 증명'같은 사회파 추리소설도 좋아하지만, 언제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들은 이런 종류의 작품들이다.
명탐정과 범죄자의 두뇌싸움이 펼쳐지는 간결한 구성의 고전적인 추리물, 냉혹한 사회문제와 비정한 주인공의 고뇌가 끼어들지 않는 순수한 추리물 말이다.

고립된 곳에서 연속살인이 일어날 때, 평범한 독자라면 쉽게 생가갈 수 있는 의문들이 있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범인일 수도, 피해자일 수도 있다면 왜 밤마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차례차례 죽음을 기다리는지'(넓은 홀에 합께 모여서 같이 잠들지 않는지?) , '왜 모두 함께 각 방을 수색하지 않는지' 하는 의문들 말이다.
이 작품의 작가도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 그런 식의 질문을 하지만, 곧 적당한 핑계를 대고 빠져나간다.

87년도 작품인 '십각관의 살인'을 읽다보면 현대의 첨단문명들이 추리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많이 빼앗아간 것 같다.
만약 무인도에 고립된 주인공들에게 인터넷이 가능한 PDA나 휴대폰같은 것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때마침 한꺼번에 고장 났을는지도...)
확실히 이 작품이 출간된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순수한 추리를 느낄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뒤표지에는 '종막 근처의 단 한 줄이 당신의 심장을 멎게 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심장을 멎게 할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충격적이고 놀라운 반전임에는 틀림이 없다.
최근 헐리우드에서 유행하는 반전영화들이 관객에게 미리 반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과는 달리, 갑자기 튀어나온 이 책의 그 문장은 확실히 반전다운 반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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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3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 시리즈 가운데는 시계관이 최고라니 보세요^^ 저는 다소 다른 경향이라서요^^

sayonara 2005-10-24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몇 알라디너들은 십각관을 쵝오로 꼽던데요.. 어쨌든 이 작품의 반만 돼도 재미있게 읽을껍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