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회상 동서 미스터리 북스 4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조용만.조영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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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해설을 통해서 코넌 도일의 또 다른 장점을 알 수 있다.
그는 뛰어난 작가이자 탁월한 스포츠맨이고, 사회적으로 눈부신 활동을 계속한 유쾌한 명사였던 동시에 가정에서도 무척 헌신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특히 홈즈의 죽음으로 연재를 중단한 이유를 결핵에 걸린 아내의 스위스 요양에 함께 가기 위해서였다고 언급한다.-일반적으로는 홈즈에 연연하는 작가적 능력에 대한 환멸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작품집에는 홈즈의 죽음(또는 실종)으로 끝나는 '마지막 사건'을 포함, 전부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셜록 홈즈의 사건답게 그 성격이 기기묘묘한 경우도 몇 편 있고, 평범한 사건인 경우에도 이야기의 전개는 무척이나 극적이다.

개인적으로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의 주요 작품들을 거의 읽은 뒤 한동안 현대적인 스릴러물이나 CSI같은 수사드라마에 너무 심취해 있었나 보다.
'은성호 사건'의 살인, 실종 사건을 읽으면서도 과학수사대가 출동하면 더 쉽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사건현장 주변의 각종 증거를 수집하고, 피해자의 시신을 정말하게 검시하고 나면 답은 쉽게 나올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독자들은 홈즈의 현란한 솜씨를 볼 수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사건에서 홈즈는 눈부신 추리력을 발휘하면서도 공무원이 아닌 신분의 자유를 이용해서 해결 방식을 조정하고, 거만한 의뢰인에게 가벼운 장난을 선사한다.
범인의 정체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사건의 전모는 억지스러우면서도 아귀가 척척 맞아떨어진다.

'누런 얼굴'은 그리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따뜻한 결말과 홈즈가 '안일하고 게으른' 추리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다. 홈즈가 자신의 매너리즘을 자책하는 듯 한 마지막의 대사가 재치있다.
셜록 홈즈가 단순히 완벽한 추리기계가 아니라, 인간미가 느껴지는 명탐정이기 때문에 더욱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인기있는 TV 탐정시리즈 '몽크'의 두 번째 시즌에서 몽크의 형이 등장하는데, 그 에피소드를 보고 셜록 홈즈의 '그리스 어 통역'을 떠올렸다.
명탐정인 동생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지만 행동력 제로의 은둔자 스타일의 형이 등장한다.
푹신한 안락의자에 앉아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내는 형을 보면 아니꼬울 법도 하건만, 명탐정들은 우애도 깊은가 보다.(그런데 자꾸만 ‘마이크로포트 홈즈’라는 이름이 ‘마이크로소프트 홈즈’로 읽힌다. 병인가...?)
어쨌든 제 아무리 셜록 홈즈라도 모든 사건을 100% 깔끔하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다.

‘해군 조약 사건’은 다소 평범한 단편들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데, 그 범죄의 전모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사건이었다.
중요문서를 잃어버려서 그 걱정으로 초죽음에 된 사람에게 홈즈가 짓궂은 장난을 칠 정도였으니, 명탐정도 사건해결이 어지간히 기뻤던 것 같다.

‘마지막 사건’에서는 ‘공포의 계곡’ 사건에서도 잠깐 모습을 드러냈던 ‘악의 축’ 모리어티 교수가 등장해서 홈즈와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비장한 대결이지만, 이상하게도 개인적으로는 코난 도일이 생각해낸 두 천재의 격돌장면이 좀 아쉽게 생각된다.
일단 범죄계의 두뇌와 정의편의 두뇌가 맞붙는데 고작 시골구석에서 육탄전으로 끝내는 것도 그렇고, 셜록 홈즈가 모리어티의 양해를 얻어 폭포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최후의 편지를 쓰는 장면도 상상해보면 좀 우스꽝스럽다.(모리어티는 그런 홈즈를 보며 얼마나 초조하게 몸을 풀고 있었으려나.)

이번 작품집이 동서추리문고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오타가 없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습니다.", "~한다"는 식의 어투는 적잖이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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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필이면 동서를 ㅠ.ㅠ

sayonara 2005-10-15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십 권 읽다보니까 동서추리문고도 그럭저럭 읽을만하더군요. 특히 휴대가 간편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