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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러 Simpler - 간결한 넛지의 힘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전작 '넛지'에 이은 일종의 실행편, 응용편에 가까운 책이다. 이런 종류의 후속편들이 대부분 그렇듯 사족에 가까운 내용이 적지 않다.
유용한 부분은 저자의 전작에서 읽었던 내용들이다.
초콜릿 그릇을 멀리 옮겨 놓거나, 건강 식품을 잘 보이는 진열대에 놓는 식으로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억지로 강요하거나 금지하지 않고도 말이다.
이런 넛지들을 정부기관의 국장으로 일하면서 어떻게 정부 차원에서, 공공 정책적 측면에서 적용시켜 나갔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창의적으로 확장되었는지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가 일하는(일했던) 정보규제국이 단순한 규제기관이 아니며 권력기관도 아니라는 내용의 변호와 서술이 몇 페이지아 이어지는 부분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후에도 곳곳에 정부 규제의 비효율성과 자신들의 성과를 늘어놓는 내용들은 마치 오바마 정부 홍보물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도대체 저자가 오바마 행정부의 정보규제국 국장 인준을 둘러싼 청문회와 임명 절차의 지리한 과정은 어느 독자가 알고 싶어할까 싶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새로운 사고 방식을 받아들이기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자시늬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막무가내로 어리석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80년대를 휩쓸던 경제학, 법학의 대가들에게 그들이 신봉하던 합리성의 의문을 제기했다가 비웃음을 받았던 저자의 젊은 시절 일화는 되새겨볼만하다. 자신들의 학문적 성취에 빠져서 새로운 이론과 사상을 하찮게 여기던 당시의 분위기는 결국 세일러라는 걸출한 학자의 등장으로 큰 흐름이 바뀌는데, 역사가 한 천재의 재능에 의해서 응축된 힘이 다른 방향으로 뻣어 나가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운전중 문자 메시지 금지, 흡연율 낮추기, 비만 억제 등을 위해 넛지를 활용했다고 강조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관한 내용은 별로 없다. 그냥 계속해서 '넛지를 활용했다'는 문장들 뿐이다.
도대체 '넛지가 유용하다', '넛지가 필요하다'는 문장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일일이 찾아보고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