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00억 부자들 - 자수성가형 부자 100인이 공개하는 대한민국 신흥 부자의 모든 것!
노진섭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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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자는 돈을 좇지 않으며 인간 관계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공자님 말씀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다. 아니면 부자들이 스스로를 포장하는 자화자찬,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특히 신생신사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부자는 신용에 살고 신용에 죽는다는 말을 할 때는 거의 부자들의 홍보책자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신용을 목숨처럼 중요시하는 부자들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신용을 중시하는 부자들을 10명은 안다. 하지만 신용보다 무자비한 추진력, 지독한 착취 등으로 부자가 된 사람을 100명은 더 알고 있다.

 

'돈은 행복을 주지만, 돈에 욕심을 부리면 불행이 찾아온다'는 식의 말은 전형적인 부자들의 허세일 뿐이다. 부자들은 누구보다 돈에 대한 탐욕이 강하고, 집착이 심하다. 만약 투자에 실패했다면 그것은 욕심이 많았던 것이 아니라 어리석거나 능력 부족이었을 것이다.
왜 자신의 운명과 능력의 한계를 욕심 탓으로 돌리며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얼굴에 미소를 띄고...'하는 부분에서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저자는 도대체 어떤 부자들만 만난 것일까?
돈 좀 있다고 사람을 우습게 보고, 아래사람들을 닥달하는 그런 부자들은 못만나본 것이 틀림없다.
부자들은 대부분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자신이 부리는 일반 직원들을 답답해하거나 심하게 채근하는 경우가 많다. 왜 밑의 직원들이 자신의(?!) 회사에 열정을 갖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지 않는지는 잘 모르기도 한다.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언, 지독하게 절약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굳이 신간 도서를 구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다. 10년 전, 20년 전에 출간된 재테크 서적, 자기계발서적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식상하고 케케묵은 격언들이다.
도대체 새어나가는 작은 돈을 아껴야 한다, 그리고 큰 지출을 아껴야 한다. 이게 무슨 어줍잖은 조언이란 말인가.

 

하루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승진할수록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는 한 호텔리어 출신 부자의 말처럼 지겹고 지루한 방식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거리가 떨어졌는지... 100억 부자와는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이런저런 재테크 정보들을 한없이 늘어놓는다.

 

당황스럽게도 책의 후반부에서, 상당한 분량을 국내 경제 전망에 할애한다.
뭐, 이미 지난 시점에서 과거의 글을 폄하하기는 쉬운 일이지만, 당시 시점으로 보더라도 굳이 평가할만 할 일 없는 두루뭉실하고 일반론적인 전망들 뿐이다.

 

더 황당한 것은 당장 10억도 없을지 모를 독자들에게 100억 부자들의 상속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미리미리 증여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하지만, 이는 돈의 속성을 잘 모르고 하는 말 같다. 실제로 꽤 많은 부자들은 아무리 세금이 높다 하더라도 생전 증여보다 상속을 더 선호한다. 돈 앞에 비루한 인간의 속성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가식적인 내용들을 제외한다면, 세입자와 법정 다툼을 벌이거나, 일주일만에 상가 임차인을 내보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비정한 태도는 확실히 배울만 하다.
그런데 이는 '돈에 욕심을 부리면 불행이 찾아 온다'는 앞의 내용과 얘기가 다르지 않나...
한두달의 말미도 주지 않는 냉정함, 조금의 재산상 손해조차 보지 않으려는 집주인의 태도는 무엇이란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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