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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 사용설명서 3
톰 히크먼 지음, 김명주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사용설명서'라는 제목에서 연상될지도 모르는 '술 마시는 법' 또는 '술 만드는 법' 등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이 책은 술과 관련된 인문학적인 지식들, 혹은 신문 스크랩 같은 이런저런 사건들을 잡다하게 모아놓은 책이다.
술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과 술과 유명인들 간에 얽힌 에피소드들, 재미있거나 혹은 기이한 일들, 술에 관한 격언들, 술에서 유래된 표현들...
그렇다고 실용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탄산과 알콜 흡수의 관계, 독한 술이 더 천천히 흡수된다는 사실, 한때는 술이 각종 병의 치료약으로 쓰였다는 사실...
술에 관해서는 가히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은 작을 글씨가 페이지에 여백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게 채워져 있다.
덕분에 책의 부피에 비해서 읽을거리가 꽤 많은 편이다.
한때 술이 화폐로 악마의 음료로, 약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 같은 것들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떤 회사가 술과자를 개발중이라는 사실,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사건이 보스턴 사과주 사건이 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사실(보스턴 시민들이 차는 전부 바다에 던져 넣었지만, 사과주는 고스란히 집으로 가져가 마셔버렸다.), 흔들기만 마티니(007 제임스 본드가 좋아한다.)와 젖는 마티니의 차이점, 한국전쟁 당시 술기운으로 십자훈장을 받게 된 한 이등병의 이야기 등은 무척 유쾌하고 흥미롭다.
먼 길을 가는 차 안에서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들, 그러나 스포츠신문이나 대중소설은 좀 얄팍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는 이런 종류의 책이 꽤 흥미로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술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