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기 힘든 유혹
제프리 아처 지음 / 하늘출판사 / 1994년 1월
평점 :
절판


이상하게도 국내에서는 제프리 아처가 그리 인기를 끌지 못한다.
좀 더 간결하고 박진감 넘치는 시드니 셀던과 존 그리셤 등의 위세에 눌려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프리 아처의 장편들보다는 단편집을 더욱 좋아한다. 그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재치 넘치는 반전과 세상의 이치를 조롱하는 듯한 위트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단편집은 조금 실망스럽다.
대부분의 이야기에 범죄의 요소가 전혀 없는데다가, 사랑, 여행, 경영, 식사 등이 주요 소재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프리 아처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반전도 싱겁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하룻밤 정사'는 결국 두 남녀가 같이 잘 것이라는 것을 제목에 언급하고 있어서 맥이 빠진다.

‘어떤 사랑의 이야기'는 두 학구파 남녀의 평생에 걸친 학구적이고 경쟁적인 사랑 이야기다. 그다지 큰 감흥은 느낄 수 없었다.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교수'는 운동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동유럽에 가서 우연히 노교수를 만난 이야기인데, 마치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실제 경험담을 읽은 것 같다.

‘쿠데타'는 브라질의 두 라이벌 기업가가 아프리카에서 겪는 사건이고 ‘깨진 습관'은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벌어지는 조그만 모함과 승리 그리고 반전에 관한 이야기다.(개인적으로 가장 짤막한 이 단편이 가장 재미있었다.)

‘신념의 문제'는 중남미의 부정부패와 (유럽과는 다른) 남미인의 신념(?)에 관한 이야기, '완전한 신사'는 김빠지는 듯한 결말의 작품이다.

하늘출판사에서는 제프리 아처의 작품들을 야심차게 출간했던 것 같지만, 번역이나 편집상태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작가 소개부터 엉망이다. 제프리 아처는 스캔들로 정계를 은퇴한 뒤 작품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큰 투자 실패로 굶어죽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에 ‘한 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를 발표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위증 스캔들로 감옥에 간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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