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파이의 묘비명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6
에릭 앰블러 지음, 맹은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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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역자후기에도 언급됐지만 많은 점에서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와 비슷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이 맡은 일에 임하지만, 자신이 그 임무의 진정한 주인공은 아니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야기의 전개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래제르브라는 호텔을 무대로 각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사람들...
어쨌든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외부의 사정으로 막다른 길에 몰린 한 평범한 인간의 절박한 심정을 느낄 수 있는 첩보 스릴러였다.

이 책에서도 동서 출판사의 무심함은 그대로 드러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 중의 한 사람인 시믈러의 정체를 등장인물 소개란에 ‘XX자’라고 완벽하게 밝혀놓았다.
결국 독자는 이 수상쩍은 남자가 단지 ‘XX자’일 뿐 결코 스파이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시믈러의 정체는 이야기가 3/4쯤 진행된 시점에서 밝혀지는데 말이다.-

이 책에는 두 편의 단편이 더 수록되어 있다.
‘에메랄드빛 하늘의 비밀’은 유산과 독살에 얽힌 이야기다. 짤막하고 간단한 트릭의 작품이지만 한 번 읽어볼만하다.
‘세일링 클럽’은 담담한 문체로 인간의 권태로움과 악마성, 잔혹한 본능에 관해 놀랍도록 섬세하게 표현한 단편 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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