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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5 - 스위스 ㅣ 먼나라 이웃나라 5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난한 백성들 앞에 나타나서 소와 양을 내려주신 하느님... 그리고 그 소와 양으로 만든 음식을 신에게 바치는 스위스 사람들...
마지막으로 하느님에게 음식값을 요구하는 스위스 사람들.
이 책은 이런 식의 우스개 소리로 시작한다. 스위스인들의 국민성을 잘 나타내는 농담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스위스는 대단한 나라다. 그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는 서울의 절반 남짓, 그 사람들이 4개 국어를 쓴다.
그리고 수많은 연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위기의 순간에는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외세의 침략에 대항한다.
스위스는 남부 유럽과 북부 유럽을 잇는 중요한 장소에 위치했기 때문에 옛날부터 합스부르크 군대를 비롯한 외세의 침략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 하지만 그들은 놀라운 단결력으로 자신들의 나라를 지켜왔는데, 최근에는 냉전이 끝나면서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는 형편이 스위스 자체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스위스나 도이칠란트같은 서유럽이 부강하고 아프리카와 남미의 굶주리는 나라들이 가난한 것을 단순히 국민성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서유럽의 선진국들은 누구를 착취해서 그토록 잘 살게 되었으며, 후진국들은 왜 스스로 성장할 힘을 키우지 못했는지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이 단순한 학습만화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은 그러한 내용들 때문이다.
스위스가 잘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무조건 본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 서구열강들보다 더 교묘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부를 쌓아왔다는 것, 2차 대전 당시 중립국 선언을 했으면서도 뒷구멍으로는 히틀러와 거래했다는 것 등을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