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차이니즈 조디악 : 한정판 디지팩
성룡 감독, 성룡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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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의 대표적인 인기 시리즈였던 '폴리스 스토리'는 5편인 '뉴 폴리스 스토리'에서 그 암울함과 어울리지 않는 매끈함으로 말아먹었다.
그에 못지 않던 '용형호제' 시리즈 최신작인 '차이니즈 조디악'은 어수선함과 엉성함, 조잡함이 총집합 한 작품이다.

물론 지금 성룡에게 90년대의 몸놀림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실없는 짓이다. 하지만 몸을 아끼지 않았던 강렬한 스턴트 액션들을 기억하는 관객으로서 지나친 와이어 의존과 장난감같은 장치들을 보면 좀 서글퍼진다. 홍콩 영화 시절의 화끈함도 보여주지 못하고 헐리우드의 화려함에도 못 미친다.


(싸구려 CG로 도배되다시피...)

함께 '폴리스 스토리 3'를 찍던 당계례 감독이 넌더리를 낼 정도로 완벽주의자였던 성룡의 작품이라기엔 편집도 어수선하다.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하고 마치 여러 장소의 단편들을 이어붙인 것처럼 뚝뚝 끊어진다.

'용형호제' 시리즈를 수십 번 넘게 봤을 정도로 팬인 입장에서 보기에 여러모로 아쉽다. 성룡은 너무 노쇠했고 그를 뒷받침해줘야할 다른 배우들은 하나같이 존재감이 미미하다.
차라리 성룡이 좀 더 팔팔했던 십수년 전에 나왔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10년 전이라면 성룡이 직접 했을 경쾌한 개그 액션은 초중반부에 권상우가 담당한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간 무기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식의 연기는 표정이 풍부하지 못한 권상우가 하기에 그리 좋은 장면이 아니다.
악당들과 난투극을 벌이다가 경찰이 포위하자 상대의 옷을 털어주는 식의 개그는 잠깐 사이에 지나가버린다.


(그래도 간지남으로, 괜찮게 나왔다.)

기관총을 난사하는 아가씨 개그나 코믹집단난투극은 2편과 너무 비슷하면서도 2편보다 훨씬 재미가 없다.

한때 성룡의 스턴트 팀인 성가반의 일원이자 성룡의 보디가드였던 노혜광은 퇴직금도 없이 쫓겨났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스티븐 유를 따라다니는 해적으로 나온다. 성룡과 마주하기가 껄끄럽지 않았을까.

게다가 최근 성룡의 잇단 망언들을 생각할 때 영화 속 여배우의 끊임없는 징징거림이 곱게 보이지도 않는다. 서양 열강들이 중국의 문화재를 강탈해갔다고 교과서처럼 읇어대는데 지금 중국의 문화제국주의를 생각할 때 기가 막힌 얘기들이다.
아무리 성룡의 안타까운 가족사가 얽혀있다 하더라도 요즘 성룡의 발언들은 지나치게 중국 정부의 밑바닥을 핥는 꼴이다.-한류를 몰아내야 한다던가, 베이징 올림픽 성화를 방해하던 시위대를 쿵푸로 혼내준다는 말은 그렇다 쳐도 하나의 중국에 티벳이 문제라는 식의 말이 성룡의 입에서 나온 것이 맞나 싶을만큼 실망스럽다.-(차라리 주윤발이나 이연걸처럼 쿨하게 처신하던지)

평범한 홍콩액션영화라면 애초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을테고 실망도 하지 않았을 작품이다. 하지만 전설적인 '용형호제' 시리즈의 한 작품으로서 과거의 향수도 지금의 세련됨도 찾아볼 수 없는 그저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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