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과 아벨 1
제프리 아처 지음 / 하늘출판사 / 1991년 7월
평점 :
절판


두 주인공 카인과 아벨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겪으면서 온 몸으로 현대사를 관통한다.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독일군의 침략과 참혹한 포로생활, 타이타닉 호의 침몰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2차대전 참전과 패튼 장군과의 만남,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

이 작품은 시드니 셀던의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많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훨씬 흥미진진하고 또 한편으로는 매우 황당하다.
열 살도 안된 아이가 능수능란하게 하인들을 부리고 조그만 사업을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장이 심하다.
그리고 주인공들에게는 모든 일이 너무 쉽게 풀린다.(이는 '한 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제프리 아처 작품의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천재적인 두뇌덕분에 공부를 앞서가고, 포로수용소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너무 쉽게 도와준다. 쉽게 도둑질을 배우고 외국어를 익힌다.
호텔 레스토랑의 웨이터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부지배인으로 스카웃 된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투자한 금액은(자세한 과정은 나와있지 않지만) 금세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고작 10대 소년이 시청 관급공사의 낙찰동향을 훤히 꿰뚫고 있는 거의 전지전능한 능력을 보여준다.

확실히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겪는 고생이 일사천리로 쉽게 스쳐지나가서 오히려 맥이 빠질 정도다.
하긴 때론 이렇게 물 흐르듯이 진행되는 이야기를 읽는 것이 마음 편하기도 하다. 지나치게 머리를 써야 하는 추리소설보다 덜 부담스럽고 말이다.

그리고 제프리 아처는 확실히 천부적인 이야기꾼임에 틀림없다.
어린 윌리엄이 골프장에서 자신의 유산을 관리하는 은행장과 대화하는 부분에서는 주인공의 냉정한 카리스마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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