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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하워드 휴즈 ㅣ 위대한 생애 4
노아 디트리히 지음 / 일신서적 / 1993년 8월
평점 :
‘전기’란 무릇 본받을만한 점, 독자에게 귀감이 될 만한 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교훈이 없다면 그저 스쳐지나가는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든 그저 그런 읽을거리에 지나지 않더라도 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하워드 휴즈는 정말 독특하고 놀라운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일생은 부모 잘 만나서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고 살다간 삶이었다. 그의 집념과 통찰력이 놀라운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무엇을 위한 재능이었던가?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살육자 히틀러와 징기스칸의 재능도 놀라운 것이긴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30년 동안 하워드 휴즈를 가까운 곳에서 보좌했던 노아 디트리히도 ‘미국 역사에서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지만 화려한 한 페이지를 기록해두고 싶었다’면서 ‘국민들이 거대한 부의 용도에 되해(그릇된 방법까지 포함해서)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일반인들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하워드 휴즈의 인생이 독자들의 호감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카네기, 록펠러 같은 실업계의 거물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저 ‘미치광이 억만장자’일 뿐이었던 그의 인생이 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하다. 미성숙한 자아의 소유자였지만, 어쨌든 하고 싶은 일은 다 하지 않았던가?
금주법 시대에 주경계를 넘나드는 술 운반, 영화 제작비가 쪼들릴 때 포르노 테이프를 구해주고 대부를 받은 일, 하워드가 자신의 차를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자 회사 돈으로 차를 한 대 사갖고 가서 바꿔온 일, 루즈벨트 대통령의 아들을 비롯한 군 장성, 상원의원들에게 뇌물과 미녀를 제공하고 얻은 군수납품계약, 마치 영화처럼 청문회의 불리한 분위기를 급반전 시킨 하워드의 말솜씨...
마치 시드니 셀던의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화려하고 흥미진진하다.
휴즈 제국의 80%를 자기가 구축했다는 저자의 거만함과 하워드의 재능을 자꾸만 운으로 치부하는듯한 태도가 거북하기는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