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거리 - 시그마 북스 001 시그마 북스 1
엘러리 퀸 지음, 정태원 옮김 / 시공사 / 1994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의 스릴러들이 단 하루 또는 며칠에 걸쳐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되는 반면 ‘재앙의 거리’에서는 거의 일년 가까운 시간동안 모든 일들이 벌어진다. 느릿느릿 전개되는 이야기는 고전적인 멋까지 느끼게 한다.

‘재앙의 거리’는 사건의 배경과 해결의 과정이 초기 작품들과 사뭇 다르다.
치밀한 논리의 구성도 없고, 엘러리 퀸이 아버지 퀸 경감과 벌이는 애교넘치는 추리 대화도 등장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줄거리마저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작품의 분위기는 한없이 우울하기만 하다.

엘러리 퀸이 연극적인 태도로 사건의 전모를 밝힐 때는 추리의 쾌감보다 비극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

그렇다고 해서 추리가 어설프다는 뜻은 아니다.
‘재앙의 거리’를 읽으면서 주의할 점은 등장인물의 대사를 잘 파악해야 한다.
“식사하겠다”를 ‘쌀밥을 먹겠다’로, “백화점에 가겠다”를 ‘쇼핑하겠다’로, “형을 만나겠다”를 ‘친형을 만나겠다’ 하는 식으로 직관적으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그러니까 꼭 병원에 간다고 해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눈치빠른 독자는 엘러리 퀸의 트릭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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