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4-02-04 09:48]

다국적기업들에서 일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의 저임금에 대해 도덕적 의분을 토하는 인사들은 그 노동자들에게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사용자인 다국적기업들이 그들에게 과거보다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사회적 정의’를 부르짖는 그 도덕적 십자군들 중에 비교적 합리적인 일부 인사는 다국적기업들이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나은 보수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한다.

그러나 그들은 부유한 다국적기업들이 어째서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선진국 노동자들과 좀더 비슷한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에는 최소한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경제적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도덕적 이유이다. 경제적 이유는 제3세계 노동자들의 시간당 산출량, 즉 생산성이 미국과 같은 서방 선진국 노동자 생산성의 몇 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산성을 무시한 보수 인상은 비록 그것이 제3세계에 대한 ‘착취’를 중단하는 것이든 미국 노동자들에게 ‘생활급’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든 사실상의 실직보장서일 따름이다.

현대의 대다수 선진국에는 최저임금법이 있다. 그러나 고액 최저임금제나 추가적인 노동자 수당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들은 실업률이 높은 나라들인 경향이 있다. 예컨대 독일은 정부가 의무화하는 가장 많은 노동자 수당을 제공하고 있다. 이 수당 가운데 퇴직수당은 너무나 높아 종업원을 해고하는 것은 비경제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 독일의 이 같은 수당 비용은 미국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수당의 약 두 배나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만약 이것이 노동자들에게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노동자들이나 다른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높은 노동비용과 해고의 어려움은 심지어 경기가 좋을 때에도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종업원을 고용하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미국인들은 실업률이 6%에 이르면 경악하지만, 독일에서는 두자릿수의 실업률이 통례이다.

과거 한때 스위스나 홍콩에는 최저임금법이 없었다. 지난해 영국 시사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스위스의 실업률이 2월에 5년 만의 최고 기록인 3.9%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저임금법이 있는 대다수 국가의 경우 실업률 3.9%는 비록 전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닐지라도, 아마 5년 만의 최저 기록이 될 것이다.

과거 홍콩이 영국 식민지 하에서 임금 수준이 수요와 공급 원칙에 의해 결정될 때 월스트리트 저널은 홍콩의 실업률이 2% 이하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이 홍콩을 인수하고 각종 노동자 수당을 의무화함으로써 노동비용과 임금 수준이 상승하게 되자 홍콩의 실업률은 8%를 넘어섰다.

이러한 실업률은 유럽 기준으로는 높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유례없는 일이다. 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

그런데 부유한 다국적기업들은 어째서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생산성보다 더 많은 보수를 지불하는 데 따른 비용을 스스로 흡수할 수 없는가. 다국적기업들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매출액 수십억달러의 다국적기업들은 억만장자들의 소유인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그 다국적기업들은 대개 수백만명은 아닐지라도 수천명의 주주들의 소유이며, 이 주주들 대다수는 억만장자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 주주들 가운데 일부는 다국적기업들의 주식을 매입하는 연금기금에 투자함으로써 직·간접으로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교사와 간호사, 기계공, 사무원, 여타 유사 계층의 사람들일 수 있다.

실제로 직접 혹은 간접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주식투자자들의 평균 소득은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더 높은 보수를 지불하는 데 따른 비용을 다국적기업들이 흡수해 주기를 바라는 지식인들과 정치인 및 여타 인사들의 평균 소득 수준보다 전혀 더 높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교사들과 간호사, 기계공, 사무원들이 정년퇴직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생활하는 것을 수락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뉴욕 타임스의 기자나 일류 대학 교수들, 영화배우 혹은 도덕적으로 의분을 토하는 다른 인사들은 어째서 제3세계에 대해 그들과 유사한 기부금을 내놓지 않는 것인가.

그 이유는 도덕적으로 의분을 토하는 인사들에게 있어서 제3세계를 지원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비용을 내도록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일들 중 하나일 뿐이며, 그 자신들이 비용을 내야할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워싱턴 타임스

정리=권화섭 한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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