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가려다 달러 폭등으로 재산 2배=1997년 김태공씨는 미국으로 이민가기로 작정했다. 당시 37세. ‘한국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미국으로 이민 가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미국에 있는 친지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소액투자이민을 소개해줬다. 당시에도 3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나둘 재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어렵게 장만했던 아파트도 팔았고,별 재미를 못 봤던 주식도 처분했다. 장롱도 팔고,가재도구도 거의 다 팔다 못해 친지들에게 마구 나눠줬다. 마지막으로 차까지 중고차시장에 내다 팔고 나니 통장에 들어온 돈은 3억5,000만원이 조금 넘었다. 모두 달러로 바꿨다. ‘가서 슈퍼마켓이나 세탁소에서라도 일하자’는 생각으로 비자수속을 밟고 있을 때였다.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국가가 외환대출을 받는다는 뉴스가 귀에 들어왔다. 97년 11월의 일이었다. 나라가 무슨 전쟁 나는 기분처럼 불안했다. 대통령선거가 끝나도 외환위기는 계속됐고,급기야 대 달러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민을 가려던 입장이었던 김씨로서는 환율에 민감했다. 달러 급등세는 멈추지 않았고,1달러당 830원에 매입했던 달러는 이듬해 1,400∼1,500원을 넘어서더니 마침내 1,800원대마저 올라섰다.

이쯤 되자 김씨는 생각이 달라졌다. “어? 이거 봐라. 내 재산이 두 배로 늘었네. 내가 왜 이민을 가. 여기서 잘 살 수 있겠네”라며 다시 눌러앉기로 하고 모든 달러를 내다 팔았다. 좀더 오르지 않겠냐는 가족의 얘기에도 “됐다. 이 정도면 복받았다”라며 모든 달러를 정확히 1,900원에 팔았다. 거의 8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손에 들어왔다.

▲직장에서 가까운 아파트 샀더니 또 2배=편안하게 한국에 눌러 살기로 마음 고쳐먹고 나니 살 집과 직장을 골라야 했다. 살 집은 돈이 있으니 고르면 되는데 직장이 문제였다. 멀쩡히 다니던 직장도 하루 아침에 부도나서 문을 닫는 형국이었다. 운이 좋은 걸까. 아는 선배가 하는 병원에 취직됐다. “평소 인간성이 좋구 봐야 돼”라며 자만에도 빠졌다. 어쨌든 생각보다 쉽게 직장을 구했으니 그동안 얹혀 살던 동생 집에서 나와야 했다.

집은 당연히 직장과 가까운 아파트를 선택했다. 오래 된 아파트이긴 했지만 경제위기가 겹치는 바람에 사람들이 앞다퉈 집을 내다 팔았고,그 때문에 집값도 반토막난 게 수두룩했다. 급매물로 나온 서울 강남구 소재 34평 아파트를 2억원이 조금 안 되는 값에 샀다. 그때는 나오는 물건마다 대부분 ‘급매물’이었다. 그런데 그럭저럭 3년여가 지나자 아파트값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경제가 호전되기도 했지만 재건축 얘기가 나오며 급등했다. 김씨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노래가 절로 나왔다. 10억원 자산에 도달한 김씨의 그때 나이는 41세. 지금 그 아파트의 가격은 7억5,000만원이 넘는다.

▲안정적인 금 투자로 꾸준한 수익=김씨는 그 이후 하루 일이 끝나면 낚시터를 즐겨 찾는다.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낚시에 푹 빠져 산다. 다만 라디오를 통해 뉴스는 꼬박꼬박 챙겨 듣는다. 그는 ‘불경기’라든가 ‘시국 불안정’이란 뉴스에 귀가 쫑긋한다. 뭔가 불안정하면 금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김씨는 역시 친구의 권유로 금을 사고 판다. 정확히 말하면 ‘골드바’(Gold Bullion Bar)다. 그렇다고 골드바,즉 금괴를 갖고 왔다갔다 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의 사설금고에 골드바 몇 개를 넣어두고 시중에서 증서만으로 거래한다. 김씨가 거래하는 골드바는 보통 500돈짜리. 1돈에 3.75g이니까 약 1.875㎏ 정도가 된다. 1돈에 요즘 5만5,000원(소매가 6만8,000원) 정도 하니까 보통 골드바 하나면 약 3,000만원이 된다.

물론 ‘급’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급 골드바인 스위스은행의 금괴는 1개에 11만5,000∼13만달러니까 한화로 환산하면 1개당 1억3,800만∼1억8,000만원에 이른다. 이른바 벽돌 모양의 골드바다. 김씨의 투자기준은 대략 1돈에 도매가 기준으로 5만원에 사서 6만원선에 파는 거다.

금은 안정적인 투자수단의 대명사. 가격이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때가 되면 알아서 올라준다. 금 주화,금메달 유사품 등 금 관련 제품들의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금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양도소득세 등이 없다는 점이다. 또 매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 금 투자의 장점이다. 김씨는 올 초 이라크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평소보다 많이 벌었다. 최대 20%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 금은 한 방에 크게 버는 일은 없지만 꾸준한 수익을 올려주는 투자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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