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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레스와 그로밋
닉 파크 감독, 피터 살리스 목소리 / 미라클 에듀테인먼트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월레스와 그로밋’은 헐리우드의 닳고 닳은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른 투박하면서도 은근한 재미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특히 유리창닦이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발명가의 일을 겸하는 주인 월레스보다 그의 애견이자 보호자(!?)인 그로밋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캘빈과 홉스’에 나오는 봉제호랑이 홉스와 함께 최고의 동물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볼 수 있었던 그 어느 강아지보다 지적이고 심호하다.
대사는 없지만 주인의 온갖 뒤치다꺼리를 묵묵히 해내는 모습은 ‘형사 가제트’의 강아지를 연상시키고, 난해한 공학서적을 탐독하는 모습은 ‘피너츠’의 스누피를 생각나게 한다. ‘캘빈과 홉스’의 홉스처럼 재치있는 말솜씨를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주인과 호흡이 척척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뛰어난 그로밋의 매력은 점토애니메이션에서만 표현해낼 수 있는 독특한 표정이다. 미세한 눈썹의 모양만으로도 과묵한 그로밋의 온갖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다.
아침죽을 만드는 기계가 고장났을 때의 당황스러운 표정, 세입자인 펭귄 때문에 따돌림당할 때의 서운함, 몽둥이를 들고 도둑을 위협하는 자신만만한 표정과 곧이어 권총을 꺼내든 도둑에게 황급히 항복할 때의 표정... 몇 번을 돌려봐도 질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