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우라사와 나오키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지금까지 그려왔던 '몬스터'나 '20세기 소년'같은 작품들을 생각하면 그의 세계관은 점점 더 거대해져 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정교한 이야기 구조가 거대한 스케일에 파묻힐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지점에 거의 온 것 같다. '몬스터'와 '20세기 소년'의 애매한 결말을 생각했을 때 '빌리배트'의 끝이 상상 이상으로 허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 하지만 일단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고, 아직은 우라사와 나오키가 펼쳐놓는 거대한 이야기에 마음껏 빠져들어도 좋을 것이다. 3권의 이야기는 일본 전국시대 닌자들의 추격으로 시작한다. 지금까지 펼쳐진 전후 일본에서 쫓기던 만화가, 예수와 유다 시대의 거짓 메시아, 69년 뉴욕의 밤거리에 이어 일본의 중세시대다. 이들을 관통하는 것은 빌리배트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 빌리배트의 고문서가 모든 음모의 시작이고 끝인 것이다. (그렇게 위험한 물건이면 진작 자기가 묻지, 왜 평생 갖고 있다가 저런 유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