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이렇게 만담이 펼쳐지는 스펙터클 영화가 대세인가 보다. '아이언 맨 2'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페퍼와 아옹다옹하고, 친구 로드 중령과 티격태격하고, 쉴드의 리더 닉 퓨리와 말빨을 세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다.) 하지만 정작 액션은 소박한 편이다. 아이언 맨과 워머신이 윙윙 날아다니는 파리떼같은 드론들과 대결하는 장면도 생각보다 짤막하고, 숙적 위플레시와 싸우는 장면은 너무도 싱겁게 끝난다. 스펙터클의 정점을 보여주던 '트랜스포머'같은 작품에 비하면 너무나도 아기자기하다. (워머신. 정작 별로 한 건 없지만 포스만큼은 최강이었다.) 게다가 어벤저스에 관한 너무 많은 떡밥들도 영화를 좀 산만하게 한다. 그래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줄거리를 생각하면 존 파브루 감독이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를 찍는 편이 더 멋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요즘은 이런 스타일의 블록버스터가 유행인지도 모르겠다. '다크 나이트'처럼 스펙터클에 깊이를 더하거나, '아이언 맨' 시리즈처럼 적절한 개그 감각을 더하는 작품들 말이다. 게다가 원작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배경 지식이 있어야만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들... 개인적으로는 쉼 없는 액션이 펼쳐졌던 '스파이더 맨 3'같은 작품을 재미있게 봤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평이 별로였었기 때문이다. '아이언 맨2'가 대단한 흥행성적을 보인 것은 아마도 관객들의 최신 취향을 잘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타입의 작품은 좀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터미네이터 2'같은 우직한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너무나도 폭삭(!) 망가져버린 미키 루크의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도 한때는 촉촉한 눈빛의 꽃미남이었다는 사실을 누가 기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