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한 광고와는 달리 좀 밋밋한 스타일의 '일라이'에 실망한 관객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암울하고 진중한 분위기의 작품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경전과 예언자에 관한 작품이라고 우기는 이도 있다만, 아무리 봐도 100% 기독교 영화.) 마치 '더 로드'의 어둡고 암울하기만 한 세계를 배경으로 '북두의 권'의 정의로운 강자 켄시로를 합쳐놓은듯한 스타일이 은근히 마음을 잡아끈다. (물론 '북두의 권'의 켄시로보다는 좀 꾀죄죄하지만. 세기말 폐허 속을 전전하면서 수염하나 없는 켄시로가 오히려 이상한 건 사실이다.) ‘북 오브 일라이’의 정체는 반전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오히려 그보다 일라이라는 인물 자체의 정체에 반전이 숨어있다. 시종일관 짖누르는듯한 무게감은 영화를 너무 칙칙하게 만들지만 간혹 등장하는 일라이의 칼부림이나 총질이 굉장히 스타일리쉬하다. 흑백에 가까운 배경을 바탕으로 풀 샷으로 잡은 좀도둑과의 격투 장면부터 이후에 이어지는 액션 장면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고 절도가 넘친다. (놀랍게도 이소룡의 절친이자 제자였던 댄 이노산토가 무술을 담당했다고 한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 둘이 격돌하지만 별다른 연기대결은 없다. 아쉽게도.) 무엇보다도 암울하고 진중한 분위기, 그에 어울리는 적절한 액션과 추격..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노골적인 영웅담인 '나는 전설이다'같은 작품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