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믿을 수 없는 것은 세대를 초월하는 이 괜찮은 코미디 영화가 무려 1975년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쌍팔년도의 개그 프로그램들을 보면 박장대소하기보다는 좀 유치해서 헛웃음이 나오곤 하는데, 이 영화는 내가 태어나기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퇴색되지 않은 몇몇의 개그 센스를 느낄 수 있다. 민주주의와 독재를 씹기 시작해서 제비와 코코넛의 무게에 관한 과학적 논쟁, 찬송가와 종교에 관한 수준 높은 풍자와 저속한 말장난이 결합된 명대사들이 참으로 걸작이다. 물론 팔, 다리가 잘려져 나가는 고어 장면으로도 웃겨준다.
(가장 재미있었던 다리 장면과 토끼 장면을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세 번째로 재미있었던 장면이다.) 물론 구닥다리 분위기 물씬 풍기는 저렴한 개그도 있다. 마치 인도 영화처럼 뜬금없이 집단군무와 노래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코코넛으로 말발굽 소리를 내면서 말 타는 흉내를 내고, 기사의 무기 상자에서 수류탄이 나온다. 심지어는 배우들이 연기 도중에 대사와 편집에 관해서 카메라에 대고 떠들기까지 한다. 제작비가 좀 들 것 같은 동굴 괴수 부분은 뜬금없이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해버린다. 어쨌든 '몬티 파이튼의 성배'는 코미디에 관한 한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가히 시대를 앞서간 수작이라고 불러야 마땅한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악랄한 짐승 '만렙토끼'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볼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