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즌 1 일반판 박스세트 (5disc)
마이클 앱티드 감독, 헤이든 그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이 시리즈에서 보여지는 로마는 거의 역사 다큐멘터리 수준이다. 동성애와 근친상간 같은 당시 사람들의 적나라한 사고방식이 여과 없이 보여진다. 노출의 수위도 헤어누드와 남자성기가 떡하니 등장할 정도다.
로마군단의 군장과 무기, 거리의 풍경, 심지어는 목욕용구까지 철저하게 고증했지만 정작 이야기는 '여인천하'같은 야사 수준이다.
여인들의 음모와 전투, 증오 때문에 중요한 역사적 순간들의 흐름이 바뀌고 굴곡이 생겨버린다.

로마사극의 전투장면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시저의 감동적인 일장연설, 대규모 보병부대의 장엄한 전투가 전혀 없다.
특히 7회는 너무 산뜻하게 시작했다가 끝나버려서 허무할 정도다. 시저와 폼페이우스의 운명이 갈리는 결정적인 전투인 파르살로스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시저는 기도를 하고 말에 오른다. 곧 잠깐의 백병전 장면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진다. 그러더니 시저는 병사들의 환호를 받으며 막사로 돌아온다. 그게 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볼만했던 이유는 두 주인공 보레누스와 풀로가 보통사람으로서 역사의 순간순간, 고비마다 끼어들어 역사적인 흐름을 바꾸게 된다는 것이다.(마치 포레스트 검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풀로가 옥타비아누스의 생명을 구하고, 클레오파트라를 임신시키는 식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철저하게 개인에 집중한다.

연기력의 깊이와 유머감각을 갖춘 영국계 배우들의 연기 또한 빼어나다.
두 주인공 보레누스역의 케빈 맥키드와 풀로역의  레이 스티븐슨은 완벽한 캐스팅과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시저가 그리스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로마의 안토니우스를 회유하러 온 폼페이우스파 사람이 나갈 때 코앞에서 위압적으로 째려보는 표정은 일품이다.
모닥불 앞에 나란히 앉아서 클레오파트라의 시종을 멀뚱멀뚱 쳐다보는 장면, 클레오파트라의 아기를 든 시저에게 환호를 보내는 병사들 중 한명인 풀로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보레누스는 거의 '덤 앤 더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심각하게 코믹하다.
이 둘이 펼쳐 보이는 뚱한 표정의 코믹 퍼레이드는 시리즈 내내 계속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안토니우스의 단순무식하면서도 냉소적인 태도도 마음에 든다.
안토니우스는 역전의 용사답지 않게 걸핏하면 능글능글한 표정의 유머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키케로의 장광설에 대해 “(시저에 대한) 칭송이 끝이 없어서 거의 진심처럼 들린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결코 시저와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아티아와의 관계를 고민하며 그녀의 딸과 상담하는 순진한 면도 보이는 멋진 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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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12-18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은 가졋는데 한번 기회되면 보아야겠군요 ^^

sayonara 2006-12-19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히들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비교하는데... 화면 속의 고증은 그렇지만, 이야기 자체는 워낙 픽션의 성격이 강한지라...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