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문학의 대표 작가인 까뮈와 카프카. 카프카는 처음 읽는다. 까뮈와 분위기도 많이 다른 것 같고.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은 소설에서 그리는 삶이 처참하고, - 그렇지만 일반적인 다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것 보다는 훨씬 덜 처참하고 - 살이 떨릴만큼 현실적이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실상은 사람들의 삶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고 끄집어 내고 있는 것이다. 다 읽고 나면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지만, 적어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이것이 삶이로구나.. 라는 것을 배웠다.
한 없이 가벼운 존재. 그렇게도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아 한 없이 무거워지는 존재들. 그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엔 니체처럼이나 철학적으로 접근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몇 몇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를 가벼움과 무거움을 통해 설명함으로써 가벼움과 무거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너무 많은 철학적 내용을 기대하기보다는 소설로써 읽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공상적인 내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쓴 듯한 느낌이다.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이 공존하며 그때 자신이 느꼈을 듯한 것들, 그리고 그에 대한 현재 자신의 느낌. 에밀리를 통하여 마치 과거의 그녀 자신을 이야기 하려는 듯 하다. 황폐한 주변 환경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떠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장 과정을 그린 듯 하다. 소녀에서 청소년(아기 시절이 중첩된)으로 그리고 그 너머로... 사람들의 이동은 그러한 성장들을 묘사하고 있는 것같다. 어디에서나 정신적 황폐는 있을 수 있다. 고도의 문명과 풍부한 환경에서도 있을 수 있고 그녀가 이 책에서 그리는 물질적인 빈곤 속에도 있을 수 있다. 이런 황폐한 정신세계로부터의 탈출 또는 청소년기의 정체성 찾기, 이런 황폐에서 벗어나려는/벗어날 수 없는 그녀의 고뇌를 훌륭히 묘사해 냈다. 물질환경과 정신환경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그 둘이 엮인듯 엮이지 않은 듯 미묘하게 그려내는 능력이 놀랍다. 작가의 고뇌가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은 이해하는 책이 아니다. 사람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보고 믿는 수 밖에... 믿을 수 있는 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역사가 증명해 주듯이, 명작임에는 틀림없다.
사랑의 한 방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그게 사랑이었다고 믿기위해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싶은 그 무엇인가인 것 같다. 결국 그냥 자신의 사랑일 수도 있는 것에 충실하지 못했던 많은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작가 자신도 글을 써 놓고 보니 별로 사랑인 것 같지 않았나보다... 그게 사랑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세 명이나 죽였으니... 사랑하지는 못하고 사랑하는 척만하고 있다고 떠나가면 자신을 속여가면서까지 그게 사랑이었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울릴 법한 책이다. 세명이나 잃었는 데도 상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가진 것도, 가지려 했던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까뮈의 "허무" 또는 "부재"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허무를 표현하려고 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길거리에서 파는 단순한 삼류소설 이상의 무엇인가가 없다. 이게 명작이라면,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도 명작의 반열에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다들 한 번씩 읽어 보기를 추천해 주고 싶다. 재미있게 쓰긴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