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와 이혼했다 다독다독 청소년문고
라헬 하우스파터 지음, 이선한 옮김 / 큰북작은북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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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청소년 소설 [나는 부모와 이혼했다] 라헬 하우스파터, 큰북작은북,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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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일 것은 없다. 부모나 자식이나 이혼에서 오는 고통은 똑같지 않은가. 어른은 다른 이성을 만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술집 가서 실컷 술을 마시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통을 지워가지만, 아이는 자신을 위로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 척 해왔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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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변화를 분명히 느끼고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쨌든 두 사람은 나의 부모이고, 그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생각과 달리 소년에게 현실은 “평행선 같다. 시작은 한 곳이었지만, 등을 돌린 채, 서로 다른 곳으로 향해 멀어지는 두 갈래 길처럼, 끝없이 이어지지만,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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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부모와 이혼하는 방법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주인공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은 그냥 ‘나’다. 작가가 의도한 데로, 주인공은 타인이 아닌,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다.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며 주말이면 아빠와 만나다가,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 부모의 입이 되기를 주인공은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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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만나러 가는 날, 부모는 더는 이야기를 하지 않기에, 주인공은 집에서 좀 떨어져 있는 할아버지의 옛집, 다락방으로 가 부모와의 이혼을 선언한다. 그곳에서 마들렌 할머니와 엠마 누나를 만나지만, 여전히 주인공은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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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진화심리학자는 ‘양육’이 인간 존재의 최고의 목적이라고 한다. 평생을 사이좋게 살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겠지만, 이혼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싸우는 것을 자식에게 보여주는 것보다는 이혼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그다음이 문제다.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의 고통을 위로 받으려 하지 않고, 텔레비전 광고처럼 무의미하게 사랑한다고 되풀이하고 있는지부터 반성해야할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매만질 줄 아는 아이가 얼마나 있을까. 201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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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찔한 경성 - 여섯 가지 풍경에서 찾아낸 근대 조선인들의 욕망과 사생활
김병희 외 지음, 한성환 외 엮음 / 꿈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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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이토록 아찔한 경성] 최영묵 외, 꿈결, 2012

 

역사책은 아니다. 이 책은 근대에 나타난 6가지의 소재(광고, 대중음악, 사법제도, 문화재, 미디어, 철도)를 가지고 쓴, 물론 인터넷 서점의 분류는 인문학 또는 역사로 분류하고 있지만, 산문으로 생각하며 읽어야 할 것 같다.

6부 ‘철도로 본 근대의 풍경’에 시인 이상(李箱)의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이상은 1930년대 후반 경부선을 타고 부산으로 가, 그곳에서 일본행 관부연락선을 타고, 다시 기차를 타고 일본 동경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필자는 “이상은 도쿄에서 잡문을 써서 돈을 벌어서 병을 치료하려고 하는데 그만 치료를 못 끝내고 죽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망우리 공동묘지에 한번 가보세요. (중략) 여기에는 소설가 이상은 물론 (하략).” 이라고 말한다.

1964년 12월 [신동아]에 이상의 동생 김옥희(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이다)가 쓴 글을 보면, 일본경찰에 체포된 이상은 “심한 고문도 받았겠지만, 워낙 뼈만 남은 오빠의 몸에 더 이상 손을 댔다가는 변을 당할 것 같아서인지 한 달 남짓 만에 병으로 보석이 되었습니다.” 경찰서에서 풀려난 이상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동경 제대 부속병원에 입원하지만 얼마 후 죽는다. 이상의 무덤에 관해선 부분을 보면, “5월에 돌아온 유해는 다시 한 달쯤 뒤에 ‘미아리’ 공동묘지에 묻혔고 그 뒤 어머니께서 이따금 다니며 술도 한 잔씩 부어 놓곤 했던 것이, 지금은 온통 집이 들어서 버렸으니 한 줌 뼈나마 안주의 곳이 없는 형편이 되었습니다.”고 적어놓았다.

김옥희가 틀렸을 수도 있다. 이상의 마지막 행적을 어디에다가 중점을 두고 기술하느냐에 따라서 글의 느낌은 달라지고, ‘미아리’라고 한 곳이 ‘망우리’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그곳으로 ‘이장’을 했을 수도 있다. 이처럼 불과 100년도 안 된 일이지만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달라질 수 있다. 역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물이 ‘반씩이나 남았는지, 반밖에 없는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역사의 의미도 달라진다.

5부 ‘미디어로 본 근대의 풍경’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유럽에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로 종교개혁 등이 가능했던 것 아닙니까. 영국도 일찍부터 ‘언론 자유’사상이 발전했기 때문에 큰 사회적 혼란 없이 명예혁명을 통해 근대적 국가를 건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필자는 ‘언론 자유’에 초점을 두고 이 글을 쓴 것 같다. 인쇄술과 종교개혁, 언론자유와 명예혁명이 전혀 관련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인쇄술의 발달과 언론자유’가 원인이 되어서 ‘종교개혁과 명예혁명’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 속에는 아주 복잡하고 미묘한 각가지 원인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언론자유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이 얼마나 균형을 잡고 읽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진보 일간지를 읽으면, 보수 일간지도 읽는 것이 언론자유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4부 ‘문화재로 본 근대의 풍경’의 저자는 “우리나라 재벌과 기업인들이 문화재 환수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서, 앞으로 제2, 제3의 간송이 나오기를 간절하게 기대합니다.”라고 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간송 선생의 평가가 아니다. 재벌과 기업인들에게 신경 써달라고 할 만큼 우리 나라가 그토록 엉망인가? 아니면 비싼 문화재 몇 점 사 나라에 헌납하든지 아니면, 개인 미술관에 소장하면 모두 간송이 되고, 중세 부자들에게 팔았던 면죄부처럼, 그들이 저질렀던 수많은 잘못은 덮어둔 채, 우리의 귀중한 유산 뒤에 꼬리표를 붙여야 할까.

3부에서는 근대 사법제도의 변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현대의 사법제도의 문제도 이야기하고 있다. 당시 유럽에서도 후진국이었던 독일의 법체계를 더 후진국인 일본이 수입했고, 그 일본인들이 한국의 근대 사법체계를 만들었고, 그 후진적인 사법체계와 문제의 인물들이 지금 사법체계를 구성하고 있으니, 현재의 ‘사법체계’는 문제다. 물론 공감이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청산되었어야 할 과거의 인물들은 모두 죽었거나 현역을 떠났고, 수없이 많은 법 개정이 있었지만, 저자가 지적하듯이 아직도 수없이 발생하는 사법부의 문제가 ‘사법체계’의 후진성만의 문제일까. 한국 전쟁 이후에 태어나고 교육받은 현대의 법관, 검사, 고위 경찰관이 가지고 있는 똘똘 뭉친 관료주의와 그릇된 엘리트 의식 때문은 아닐까. 201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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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아빠를 필요로 할 때 - 딸을 키우는 세상의 모든 아빠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케빈 리먼 지음, 조인환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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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에세이 [딸이 아빠를 필요로 할 때] 케빈 리먼, 메디치미디어, 2012

 

구토가 나올 만큼 머리가 아픈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보다 더 난해한 작품을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윌리엄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가 있다. 특히 막내아들 벤지 시점으로 전개되는 1장은 독자를 절망으로 빠뜨린다. 누구나 읽을 수는 있나, 이해할 수 없는 그 소설이 떠오른 것은 콤슨 가의 외동딸 캐서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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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과 분노]의 배경이 되는 콤슨 가는 미국 남부의 유서 깊은 가문이다. 한 때는 돈과 권력을 모두 가졌었고, 영원히 할 것으로 생각했던 콤슨 가도 몇 대 지나지 않아 말 그대로 ‘몰락’해버린다. 장남인 쿠엔틴은 하버드 대학에 들어가서 자살을 해버리고, 막내 벤지는 자신을 돌볼 수도 없는 백치이고, 외동딸 캐서린은 자신의 딸을 친정에 맡겨둔 채 타향을 떠돌고, 유일하게 집안을 이끌어가는 둘째 아들 제이슨 4세는 캐서린이 보내온 양육비를 가로채 주식에 투자하는 교활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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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리먼은 “삐뚤어진 부녀관계의 해약은 몇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라고 단언한다. 리먼의 주장에 근거해서 보면, 캐서린이 결혼생활에 만족을 못하고 자식마저 버린 채 타향을 떠도는 것은, 술주정뱅이 아버지 때문이다. 그렇지만 캐서린 개인의 몰락을 부녀관계의 해약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이 책에서도 강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딸과 엄마는 경쟁관계에 놓여있고, 부모의 불화가 자식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백치인 막내 벤지를 제외하더라도, 자살한 쿠엔틴과 제이슨 4세의 행동을 캐서린의 몰락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또한 그들의 몰락이 우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도 아니다. 1929년 출판된 [음향과 분노]가 지금도 읽히고, 난해함을 넘어서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우리가 항상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콤슨 가의 몰락에서 보듯이 돈과 권력으로 안 되는 유일한 것은 ‘자식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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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소개에 보면, “딸을 키우는 세상의 모든 아빠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라는 문구가 있다. 물론, 이 책이 부녀父女간의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딸의 자존감과 아버지의 사랑은 정비례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지만, 엄마의 도움 없이는 실현되기 힘들다. “한 아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성별이 다른 부모와의 관계”라는 책 첫머리의 말처럼, 화목한 관계가 유지되는 가정이 중요하다. 또한, 딸이 아빠를 ‘필요로 할 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딸에게 ‘필요한 아빠’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케빈 리먼의 책을 처음 읽었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유명하고 유능한지 알 수 없으나, 이 책은 쉽고 재미있다. 201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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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퇴화 보고서 - 진화를 멈춘 수컷의 비밀
피터 매캘리스터 지음, 이은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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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인류학 [남성 퇴화 보고서] 피터 매캘리스터, 21세기북스, 2012

 

현대남성은 퇴화하고 있다. 남성으로서, 어쩌면 이보다 침울하고 슬픈 이야기는 없다. 남성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아빠, 인생의 반려자, 남동생, 오빠를 가진 여성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호주의 고인류학자인 저자는 현대의 남성을 ‘호모 매스큘리누스 모더누스(현대의 근육질 인간)로 규정하고, 이전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어떤 호모 종보다 열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그마한 희망도 없이 말이다.

 

저자는 힘, 허세, 싸움, 운동 능력, 말재주, 미모, 육아, 성적性的 능력으로 나누어서 이전의 호모 종種과 현대의 근육질 인간을 비교하고 있다. 450만 년 전 침팬지와 호모 종種이 갈라진 이래로, 사람들은 ‘인류는 진화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러한 생각이 틀렸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고고학적인 발굴과 연구결과 그리고 문헌에 나타나 있는 기록을 하나씩 하나씩 비교 제시함으로써 그의 이론에 반감을 품은 독자들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저자의 결론에 개인적인 의견을 좀 더 보내면 이렇다. 인간은 사회라는 인위적인 조직을 떠나게 되면, 침팬지보다 못한 힘과 스피드와 감각 때문에 생존하기 어렵다. 당연한 말이다. 비행기 불시착으로 밀림 한복판에 떨어진 인간이 야수들과 싸우며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저자의 말이 맞다. 이렇게 된 원인이 ‘개체발생’적이건, 염색체의 선택에 따른 ‘유전’적 문제이건, 인간은 자신이 속해있는 문명을 벗어나게 되면, 자그마한 침팬지보다도 못하다.

 

‘말재주’장에 나오는 엄청난 분량의 서사시를 모두 외우는 고대 시인과 현대의 래퍼의 암기 능력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육체와 관련된 것이다. 현대 인간의 근육은 네안데르탈인이나 침팬지의 근육에 비해 근육량이나 근육 단위면적당 내는 힘이 열등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소심한 변명을 하고 싶다.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근육을 포함한 신체구조와 챔펜지의 근육밀도를 갖는다면 현대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살짝 눌러서 전화를 걸거나 정보를 검색하는 것에서부터 반도체 조립공장에서 하루 종일 앉아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미세한 오류를 잡아낼 수 있을까? 굳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정신에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운율에 따라서 서사시만 평생 외우고 읊었던 고대 시인과 작사 작곡에 복잡한 방송스케줄을 소화하며 다른 사업까지 하는 래퍼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단지 현대 남성들은 현대를 살아가기에 적합하게 퇴화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가장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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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야하다 -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인간 본성의 비밀
더글러스 T. 켄릭 지음, 최인하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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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 [인간은 야하다] 더글러스 T. 켄릭, 최인하 역, 21세기북스, 2012

 

[음향과 분노]로 국내에 출판된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의 원제목은 [The Sound and the fury]다. 포크너는 셰익스피어의 [멕베스]의 대사를 인용해서 제목을 정했다. 번역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김진욱 번역으로 나온 범우사 판을 보면, “백치들이 지껄이는 이야기다. 소란스럽지만 아무 뜻도 없는 것이다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라고 되어있다. 번역은 단순하게 ‘소란스럽지만’으로 되어있지만, 앞에 나온 백치와 연관시켜 본다면, 인용한 부분은‘(백치의) 헛소리와 분노’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오역임에도 관행상 지금도 바뀌지 않고 그 제목 그대로 출판되고 있다.

현대 고전의 대열에 들어서려고 하는 [음향과 분노]와 이 책 제목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지만 [인간은 야하다]는 아닌 것 같다. 저자는 마지막 결론 부분에 ‘자기 개발서’가 아니므로 개인 성취를 위한 규칙을 만들지 않았다고 적어놓았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일반 독자들에게 최근 진화심리학과 인지과학분야에서 일어난 혁신적인 발전을 검토하면서, 통속 심리학에서 벗나, 자연의 논리 정연함에서 얻은 과학적 교훈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가 진화심리학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비교 분석하고 비판하는 프로이트, 스키너, 매슬로 같은 학자들의 이론이기에 더욱 [인간은 야하다]는 아니다.

원서의 제목인 [Sex, Murder and the Meaning of Life]에서 Sex와 Murder는 우리가 생각하는 문자 그대로의 표피적 개념이 아니라, 동물의 기본적인 욕구인 번식과 자기 방어라는 진피의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 프로이트나 스키너 같은 대학자들도 동의했듯이, 생물학적 욕구에서 나온 Sex와 Murder의 근본적인 원인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행동의 근본 원인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진화가 흔히 ‘적자생존’과 같은 말로 잘못 사용되기도 하지만 진화의 가장 중요한 점은 생존이 아니라 번식이다.”라고 주장한다. ‘번식’으로 모든 문제를 간단하고 명확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저자는 근본적으로 인간을 다중인격으로 본다. 인간에게는 여러 하위자아(self-sub)가 존재하며, 각기 다른 상황에 직면했을 때, 거기에 대응하는 특정 하위자아가 주도적으로 위협과 기회를 처리하기 위해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바탕에 두고, Sex와 Murder의 원인을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Sex를 번식의 측면에서 보면, 자식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여성은 상대방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외모보다는 양육에 필요한 요소를 충분하게 확보한 남성을 선택하게 되고, 양육 부담이 없는 남성은 여성의 외모에만 집착한다. Murder는 자기방어적인 성격과 함께,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한 경쟁, 여기에는 동물적인 육체적 경쟁, 부나 권력을 획득하기 경쟁, 또는 창조적 행위인 문학이나 예술방면에서 남보다 앞서려고 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결과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공격성의 다른 이름이다.

이러한 기본개념을 가지고 더 복잡한 이론을 전개하는 저자는 결국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철학적인 문제에 도달하게 된다. 저자가 주장하는 진화심리학에 대한 많은 이론異論 있는 것처럼 명확한 해답이 이 책에 들어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텔레비전에서 연예인이나 일반인들의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는 것보다는 이런 책을 읽는 것이 더 유익한 것은 명확하다. 이 책은 왜 미녀 스타와 돈 많고 못생긴 남자가 연애하고 결혼하는 이유는 설명해준다. 책을 읽다가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맥이 있어, 저자가 참조해서 읽어보라는 책을 찾아봤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번역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돈 안 될 것 같은 책 출판한 출판사나 전공도 아니고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진화생물학을 번역한 역자의 노고에 감사할 뿐이다. 그래도 [인간은 야하다] 말하는 제목은 불편하다. 끝, 20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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