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야하다 -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인간 본성의 비밀
더글러스 T. 켄릭 지음, 최인하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진화심리학 [인간은 야하다] 더글러스 T. 켄릭, 최인하 역, 21세기북스, 2012

 

[음향과 분노]로 국내에 출판된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의 원제목은 [The Sound and the fury]다. 포크너는 셰익스피어의 [멕베스]의 대사를 인용해서 제목을 정했다. 번역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김진욱 번역으로 나온 범우사 판을 보면, “백치들이 지껄이는 이야기다. 소란스럽지만 아무 뜻도 없는 것이다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라고 되어있다. 번역은 단순하게 ‘소란스럽지만’으로 되어있지만, 앞에 나온 백치와 연관시켜 본다면, 인용한 부분은‘(백치의) 헛소리와 분노’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오역임에도 관행상 지금도 바뀌지 않고 그 제목 그대로 출판되고 있다.

현대 고전의 대열에 들어서려고 하는 [음향과 분노]와 이 책 제목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지만 [인간은 야하다]는 아닌 것 같다. 저자는 마지막 결론 부분에 ‘자기 개발서’가 아니므로 개인 성취를 위한 규칙을 만들지 않았다고 적어놓았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일반 독자들에게 최근 진화심리학과 인지과학분야에서 일어난 혁신적인 발전을 검토하면서, 통속 심리학에서 벗나, 자연의 논리 정연함에서 얻은 과학적 교훈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가 진화심리학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비교 분석하고 비판하는 프로이트, 스키너, 매슬로 같은 학자들의 이론이기에 더욱 [인간은 야하다]는 아니다.

원서의 제목인 [Sex, Murder and the Meaning of Life]에서 Sex와 Murder는 우리가 생각하는 문자 그대로의 표피적 개념이 아니라, 동물의 기본적인 욕구인 번식과 자기 방어라는 진피의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 프로이트나 스키너 같은 대학자들도 동의했듯이, 생물학적 욕구에서 나온 Sex와 Murder의 근본적인 원인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행동의 근본 원인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진화가 흔히 ‘적자생존’과 같은 말로 잘못 사용되기도 하지만 진화의 가장 중요한 점은 생존이 아니라 번식이다.”라고 주장한다. ‘번식’으로 모든 문제를 간단하고 명확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저자는 근본적으로 인간을 다중인격으로 본다. 인간에게는 여러 하위자아(self-sub)가 존재하며, 각기 다른 상황에 직면했을 때, 거기에 대응하는 특정 하위자아가 주도적으로 위협과 기회를 처리하기 위해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바탕에 두고, Sex와 Murder의 원인을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Sex를 번식의 측면에서 보면, 자식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여성은 상대방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외모보다는 양육에 필요한 요소를 충분하게 확보한 남성을 선택하게 되고, 양육 부담이 없는 남성은 여성의 외모에만 집착한다. Murder는 자기방어적인 성격과 함께,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한 경쟁, 여기에는 동물적인 육체적 경쟁, 부나 권력을 획득하기 경쟁, 또는 창조적 행위인 문학이나 예술방면에서 남보다 앞서려고 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결과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공격성의 다른 이름이다.

이러한 기본개념을 가지고 더 복잡한 이론을 전개하는 저자는 결국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철학적인 문제에 도달하게 된다. 저자가 주장하는 진화심리학에 대한 많은 이론異論 있는 것처럼 명확한 해답이 이 책에 들어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텔레비전에서 연예인이나 일반인들의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는 것보다는 이런 책을 읽는 것이 더 유익한 것은 명확하다. 이 책은 왜 미녀 스타와 돈 많고 못생긴 남자가 연애하고 결혼하는 이유는 설명해준다. 책을 읽다가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맥이 있어, 저자가 참조해서 읽어보라는 책을 찾아봤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번역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돈 안 될 것 같은 책 출판한 출판사나 전공도 아니고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진화생물학을 번역한 역자의 노고에 감사할 뿐이다. 그래도 [인간은 야하다] 말하는 제목은 불편하다. 끝, 20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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