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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디테일하게 사유하기 - 모래 한 알 같은 현상에서 세계경제의 흐름을 읽다
궈카이 지음, 최지희 옮김 / 에쎄 / 2011년 10월
평점 :
경제 수필 [경제, 디테일하게 사유하기] 퀴카이, 에쎄, 2011
하버드 경제학 박사, 중국 최고의 경제 블로거. 이 두 가지가 이 책을 설명하는 것 같다. 2008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네르바를 생각하게 된다. 미네르바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그 글 때문에 법정이 서야 했다. 그것과 비교하면 저자의 글은 중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같이 블로그를 운영했지만, 한 사람은 법정에 서고 다른 사람은 책을 출판했다.
학력에 차이도 있고, 공간적 시간적 차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글의 수준이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저자가 경제학 박사지만, 이 책은 학술 서적이 아니다. 참고문헌이나 각종 자료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사회현상을 미국 경제학을 공부한 중국인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쓴 수필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글보다는 좀 더 객관적이다.
북한의 화폐개혁문제, 중국의 고속철도, 미국과 중국의 빈부격차문제, 달러와 위안화 문제 등 젊은 중국 경제학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궁금한 점들이었기에 더욱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매력적이고 재미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학을 공부하고 신자유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는 IMF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인간미는 없다. 경제학이 합리성을 강조하는 학문이지만 경제학자는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중국인과 한국인의 차이일 수도 있고, 주류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의 차이일 수도 있다. 책의 어느 곳에서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연민이나 걱정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시간이 흐르면서 글을 읽는 사람이 없더라도 블로그에 글을 남기려는 열정은 처음에 예상한 것보다 훨씬 커졌다. 블로그가 감정 해소의 도구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연구하는 것과 달리 블로그에서는 내키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쓸 수 있었다. 또 글을 쓴다는 것이 실제로는 사람의 글을 읽고 기록하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중략) 나는 복잡한 세상이지만 좋은 글은 분명히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상의 토론은 때로 감정적으로 흐리기 쉽지만 좋은 글이 되려면 이성적이고 신중해야 한다. 박사과정의 학생에게는 깊이가 있다. 그렇지만, 좋은 글은 깊이를 가장하지 않는다. 세상일은 불확실성이 크다. 따라서 좋은 글은 구체적인 결론보다 서술과정을 더 중시한다. 그런데 중국어로 된 인터넷 세상에는 과장되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글, 당시의 대중의 감정에 영합하는 글, 관점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글, 신비함을 가장한 글, 혹은 가십 기사와 같은 글이 상당히 유행한다. - ‘들어가기 전에 ’중에서
책과 블로거의 글은 차이가 있다. 중국어를 모르기에 저자의 블로그의 글을 읽어 볼 수는 없지만, 저자는 출판준비를 하면서 원 글을 수정했다고 한다. 저자의 의견뿐만 아니라 출판인과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으니 좀 더 객관화된 것이다. 경제학적 중요성을 떠나서 이 책에는 두 가지의 좋은 점이 존재한다. 블로그의 긍정적인 측면과 블로그 글은 이정도 써야 한다는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처음 블로그 운영하면 타인을 의식한다. 이것이 좋을 글을 쓰는데 장애로 작용한다. 방문자가 거의 없어서 블로그가 자기만의 공간으로 다가오면서 감정을 해소하는 효과를 맛볼 수 있다. 방문자가 늘어나면 긴장하면서 좋은 글을 쓸려고 노력하게 된다. 긍정적인 효과는 여기까지이다. 좀 더 지나치면 책을 출판하거나 법정에 서야한다. 끝 2011.11.10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