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정의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0
글로리아 웰런 지음, 범경화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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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미 소설 [그녀의 정의] 글로리아 웰렌, 내 인생의 책,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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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는 대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만 줄기차게 하려고 마지막 고등학교시절을 신 나게 놀며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생인 오빠 에두아르도가 헌병들에게 잡혀가면서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조용하기만 했던 가정이 순식간에 박살이 나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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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 아버지와 시를 쓰는 어머니, 대학생인 아들, 고등학생 딸. 이야기의 배경은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이다. 이러한 중산층은 사회구조가 어떻게 변하든 관계없이 평범하게 살 수 있다. 그들은 급변하는 현실을 관망하며 안주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학생인 아들이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우면서 상황은 변하게 된다. 물론 청소년 소설답게 아주 잔혹하게 그려지지는 않았다. 고등학생이 상상할 수 있는 정도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그녀의 가족들은 안전하게 스페인에 정착하게 된다. 아이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의사인 아버지는 독재자에게 항의하는 편지를 세계 각국으로 보내고, 어머니는 저항시를 발표해서 아르헨티나의 현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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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고 가도 하루를 넘게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지구 반대편의 먼 이국의 이야기. 이것은 지금 청소년들에게는 정말 ‘남의 나라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1980년 5월 우리나라 광주에서도 있었다. 아직 그 때 실종된 사람들의 가족이 살아 있고, 그때 부상을 입은 사람이 아직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이야기는 그들에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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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대사에서도 광주사태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러한 불행한 과거의 근원은 분단된 조국에 있다. 남북한의 분단이 만든 또 다른 전쟁일 뿐이다. 한미 FTA 비준 문제로 나라가 혼란 속에 있다. 그래도 우리는 민주화되었기에 다시는 이 땅에 군부독재가 들어설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휴전 상태 - 잠시 전쟁을 멈춘 상태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고 있다. 한국 전쟁 3년 동안 남북한을 합쳐서 대략 400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한다. 인류가 생긴 이래로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친 전쟁은 없다. 거창하게 사회정의를 부르짖지만,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휴전선이 있는 현실에서 어떤 정의가 올바른 것일까? 우리의 트라우마인 분단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한반도에 진정한 정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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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의 모험 이야기, 새의 나라
권준형 지음 / 푸른향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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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잭의 모험 이야기, 새의 나라] 권형준, 푸른향기, 2011


시인이 쓴 판타지 소설. 이렇게 이 책을 분류하고 싶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눈으로 읽어서는 알 수가 없다. 서너 장 소리를 내어 읽어보면, 정말 잘 읽힌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여기에 문장들이 모두 시적이다. 도입부에서는 표현들이 너무 시적이어서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다.


인터넷 서점 등에서는 초등학생용 창작동화로 분류하지만, 초등학생들이 읽기에는 문장이 너무 긴 것 같다. 문장이 길어지면서 주술관계가 불명확하고, 과도한 수사가 아이들이 부담스러워 한다. 성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단문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해서 만연체의 문장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다가 보면, 어쩔 수 없이 긴 장문을 쓰는 경우와 전체적으로 장문으로 이루어진 글은 차이가 있다. 이 책은 완벽한 만연체로 쓰인 것은 아니다. 뒤편으로 가면 문장이 짧아지지만, 앞쪽 도입부에서는 한 문장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독서는 지극히 자의적인 활동의 결과이다. 음악이나 영상물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듣거나 볼 수 있지만,책을 읽는다는 것은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일 것이다. 문자를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두뇌가 음성언어로 변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영상물보다 더 많은 집중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이들 동화라면 도입부에서 아이들을 시선을 끌 장치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도입부가 제일 지루한 것 같다.


잭과 할아버지가 사는 공간과 상황 설명은 너무 작위적이다. 특히 잭과 나무가 이야기하는 대목은 판타지에서 허용될 수 있지만, 식물과는 이야기할 수 있는데 왜 나무새와는 말을 못하는 것일까? 여기에 페테이논 왕국으로 들어가는 빛나는 문에 대한 설정도 너무 고전적이다. 어떠한 설명도 없이 갑자기 빛나는 문이 나타난다. 판타지 소설이 상상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움을 허용하지만, 그것이 아무런 설명이나 묘사 없이 갑자기 등장하는 방식을 받아들이기에는 요즘 아이들은 너무 영악하다. 빛나는 문 안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스타일로 변한다.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전쟁이야기는 아이들이나 성인들도 좋아할 것 같다. 관건은 그곳까지 가는 길이 너무 험하다.



201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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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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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집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윤대녕, 문학동네, 2010


단편소설을 묶어 놓은 책이 소설집이다. 요즘처럼 한 곳에 집중하기 힘든 삶의 굴레에서 장편소설은 그 두께만큼 부담스럽다. 작은 시간의 틈 속에서 작품을 읽고 음미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단편 소설은 독서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독자에 따라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호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작가위주로 읽을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 할 수는 없다. 감각적인 미디어에 익숙한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이 책에 포함된 8편의 단편 중 [천지간]은 1996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윤대녕의 초기 작품에 속한다. 물론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당시 작가가 주목 받고 있었다는 사실은 증명해준다.


[천지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이 작품 속에는 흥미진진하고 스펙타클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잔잔한 강물이 소리를 죽이며 흘러가듯이 처음부터 하얀색, 백색, 흰색의 이미지만 스쳐지나간다. 백색에 미친 외숙, 어릴적 죽음의 문턱에서 보았던 흰빛, 감성돔 빨간 얼룩 아래에 숨겨진 흰 뱃살, 흰눈.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구요?


시작은 이렇게 도발적이다. 작가가 화자에게 화자가 독자에게 말을 건다. 좀 과장을 해본다면 이 첫 문장이 작품을 한마디로 압축하는 것 같다. 한 겨울 한 남자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한 여자를 따라갔다. 외숙모의 죽음에서 비롯된 자신의 검은 양복은 그녀를 살리고 서서히 백색으로 바랜다.


나는 장님처럼 꺼이꺼이 길을 짚어 가며 홀로 그 곳을 돌아 나오고 있었다.


마지막 문장이다. 한번 왔다가 가는 인생처럼 주인공은 왔다가 돌아간다. 주인공이 있었던 물질적인 공간은 완도의 구계등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있었던 곳은 거대한 우주에 버려진 띠끌 같은 인간일 수도 있고, 시간의 강위로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일 수도 있다. 이상문학상의 심시위원이었던 이어령의 말처럼 생의 한 순간을 운명의 사슬에 꿰어 보는 소설일 수도 있다. 보통사람들의 흔한 인생살이처럼 스텍타클하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안지만 그 적막 자체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니체의 말처럼 비록 세상에 버려졌지만, 인생이란 것은 살아볼만 하지 않는가.


[천지간]에 나오는 윤대녕의 미문


-하지만 그것은 어디서나 흔히 있을 수 있는 타인과의 찰나간 마주침에 불과했다.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은 것은 노란빛의 잔상이 좀 길게 동공에 남아 있다 싶어 그녀가 사라진 곳을 눈으로 슬쩍 더듬고 있을 때였다.

-얼마든지 제 시선을 다른 데로 빗댈 수 있는 거리의 유동성 때문인지 그녀는 제법 대담한 얼굴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암만해도 그녀의 눈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 크나큰 당혹감이 천둥처럼 지나가고 나서 그리 길지도 않은 사이에 그녀의 얼굴에 뒤덮이던 적막한 체념의 그림자. 그것은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자의 모습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래, 죽음 앞에 납작 엎드리러 가다 나는 산(生) 죽음과 서로 어깨라 부딪친 거야.

-버스가 나주를 지날 때 나는 혼곤한 피로에 싸여 지금껏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죽음의 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무리 허우적대도 중심을 되찾을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뼈마디의 힘이 다 빠져 나갔을 때 나는 물 속에서 번쩍 눈을 뜨고 마지막 생사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삶과 죽음이 벌거벗은 남녀처럼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마침내 날숨이 코까지 올라왔고 이어 실크 커튼처럼 부드러운 빛이 내 손과 발을 조여 묶기 시작했다. 짙은 푸른 빛이었던 실크 커튼은 점점 보랏빛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보랏빛이 흰빛으로 바뀔 즈음 나는 의식을 읽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그의 얼굴에서 아가 물 속에서 보았던 예의 푸른빛과 보랏빛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한데 그 흰빛의 광경은 그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무채 위에 누워 있는 감성돔의 아가미가 벌죽거리고 있다. 새삼스럽게 내려다보니 그야말로 살풍경한 모양이다. 산 채로 재재 칼질을 당해 아랫도리를 홀랑 벗고 누워 있다. 살았달 수도 없고 죽었달 수도 없이 그렇게.

-무즙만 풀어서 찍어 먹는 겁니다. 무즙은 생식을 할 때 제독 작용을 해주고 맛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혀끝을 시원하게 해주죠.

- 그저 어딜 가나 타향이란 걸 깨달은 거지요.

-천지간 사람이 하나 들고나는데 무슨 자취가 있을까만요.

-얼마 만에 쳐다본 밤 하늘인지도 모르지만, 사금 광주리를 엎어 놓은 듯이 그야말로 무진장한 별들이 머리 위에 가득 내려와 있었다.

-금세 쏴아 하는 파도 소리와 함께 웬 여자가 통곡하는 소리도 한결 가까이 들려 왔다. 달빛은 희미하게 식어 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돌밭은 철조망 속의 지뢰밭처럼 음산해 보였다.

-그새 바람에 힘이 실려 수평선 위에 떠 있던 먹구름이 눈에 뜨일 만큼 풀려 있었다. 구름의 그림자인지, 바다는 군데군데 짙푸른 얼룩을 끌어안고 소리를 키워가고 있었다. 숨바꼭질이라도 하자는 건가.

-저는 검은 옷을 입고 새벽에 보름달을 보나 했습니다.

-사람에게는 흔히 상대적인 진실이란 게 있어서 서로가 터놓고 얘기하지 않으면 끝내 밝혀지지 않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요컨대 이쪽 마음을 숨기고 있는 마당에는 저쪽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제 마음의 정체까지 모르고 있다면 정녕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른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내며 나는 소리꾼이 빠져 죽은 바라를 치를 떨며 내다보았다. 바다는 갖은 소란을 집어삼킨 채 가만가만 몸을 뒤채고 있을 뿐이었다.

-커튼을 치고 불을 끄자 남은 어둠이 그물처럼 드리워졌다. 그러나 정녕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날 새벽 남은 어둠 속에 보름달이 떠 있었다는 것을, 여자와의 관계가 끝나고 난 다음에야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내 손 바닥 안에 달이 떠 있다는 것을.

20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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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이드 파크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1
블레이크 넬슨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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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청소년 소설 [파라노이드 파크] 블레이크 넬슨, 내인생의 책,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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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청소년 추천도서이고 영화로 제작되어서 원작의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국 청소년들에게는 부적합한 것 같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로 주인공과 여자 친구 이야기가 한국 대학생 이야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부분을 제외하고 본다면 작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주인공의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원초적인 즐거움에도 무감각한 주인공의 내면묘사 때문에 우리 청소년들에게 권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성인들에게 미국 청소년의 갈등을 감동적으로 읽어 보라고 하기에도 좀 어색하다. 물론 도스토엽스키의 [죄와 벌]을 읽은 사람이나 관심 있는 사람은 아주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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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 여러분! 위대한 세계문학의 애독자로서 여러분도 저 만큼이나 [죄와 벌]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 대한 변변찮은 오마주에 불과할지라도 여러분께서 제 이야기의 기원을 알고 그것이 작품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 독자에게 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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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과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콜리니꼬프는 동일 선상에 놓여 있다. 다른 점은 한 사람은 현대 미국의 고등학생이고 다른 사람은 19세기 러시아의 대학생이다. 살인과 처벌에 대한 공포와 갈등은 동일하게 보인다.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보통 사람들은 자신에 죄와 그것에 따르는 처벌 때문에 엄청난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어쩌면 라스콜리니꼬프처럼 자기 죄를 고백함으로 그 속에서 해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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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내면적 갈등과 함께 이 책은 브레이크 넬슨의 단단한 문체를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번역서이기에 원어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리듬감을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짧고 단단한 문장들이 주는 정확한 묘사는 헤밍웨이의 초기 대표작인 [우리 시대에]의 현대판을 읽는 것 같다. 미국 교과서에 수록되어 영어수업에 활용된다는 것이 빈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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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단문을 선호하고 있다. 옛날처럼 긴 만연체는 인기가 없다. 서로 간의 장단점은 있다. 짧은 단문은 독자의 호흡을 자주 끊어서 집중을 방해한다. 자주 등장하는 마침표가 전체 흐름의 장애물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죄와 벌]의 완역본을 읽어보면 문장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것도 있다. 정말 집중을 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흐름 속에 들어가지 못한다. 주인공의 비교와 함께 단문과 장문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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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01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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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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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유령 홍신 엘리트 북스 91
헨리 입센 지음, 이경석 옮김 / 홍신문화사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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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북유럽 희곡 [인형의 집, 유령] 입센, 흥신문화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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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과 소설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현대소설이 인물 내면의 묘사와 주변에 대한 묘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면, 희곡에는 대화뿐이다. 물론 제한적인 배경설명이나 동작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작품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대화밖에 없다는 것이 희곡 읽기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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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에서 3D로, 미디어 세계는 변하고 있다. 이러한 영상기술의 발달은 완벽한 음향기술은 인간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도 많이 있다. 희곡을 읽으면 부정적인 측면을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나 TV를 보면 청각과 시각으로 무한하게 밀려들어 오는 정보 때문에 머릿속은 수동적으로 바쁘게 돌아간다. 책을 읽으면 인간의 뇌는 주도적으로 돌아간다. 뇌과학적으로 인간은 문자를 바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가 언어(말)로 변화되어서 인식하게 된다. 정보가 그냥 밀려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문학 장르 중에서도 현대 소설은 묘사와 설명을 통해서 우리 뇌에 친절을 베풀지만, 대화로만 이루어진 희곡은 여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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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이 연극으로 만들어 질 때 연출가는 무대배경부터 배우의 세세한 동작과 표정까지 관여한다. 희곡을 읽으면 독자는 연출가가 된다. 대화에 빠져들면 자신도 모르게 머리속에서 등장인물의 몸짓과 표정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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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많은 여백이 인간의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을 한다. 처음 읽은 [인형의 집]은 느낌은 누구나 공감하듯이, 부인해방이라는 측면에서 이해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연극이 초연된 1879년 독일의 상황을 공부해보고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이 책은 문고판이기에 휴대하기 편한 장점이 있다. 입센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좀 더 두꺼운 책을 권한다.


끝. 201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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