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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생각하라 -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
아르네 네스.존 시드 외 지음, 이한중 옮김, 데일런 퓨 삽화 / 소동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환경 운동[산처럼 생각하라] 아르네 네스 外, 소동,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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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6일 제주도 강정마을에는 주민보다 환경운동가, 정치인, 기자, 군인, 공사장 인부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환경보호라는 사태의 본질이 정치 이슈로 변질하였고 愛國과 賣國이 난무하고 있다.
이건 아니다. 나는 제주도를 가본 적도 없고, 환경운동에도 관심이 없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도 ‘강정마을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라는 고민 때문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읽는 잉크냄새 가득 찬 신문이나 즉석식품 같은 매스미디어를 대신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제주도에 친인척도 없고, 환경운동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실망스러운 편집자의 글을 뛰어넘어서(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편집자의 글 중 종이 기저귀 에피소드는 정말 동의할 수 없다), [시애틀 추장의 연설]을 먼저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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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대추장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중략) 그런데 대체 하늘을, 땅의 온기를 어떻게 사고판단 말입니까? 우리로선 참으로 이상한 생각입니다. 신선한 공기가, 반짝이는 물이 우리 소유가 아닌데 그걸 어떻게 사겠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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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설은 1854년 북부 태평양 지역의 북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회합에서 실스라는 추장이 한 말이다. 미국 정부는 매매형식을 빌렸지만, 수락하지 않으면 총을 들고 와서 땅을 빼앗으리라는 것을 원주민들도 알고 있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인디언들은 하늘, 땅, 공기, 물 등과 같은 자연환경을 소유의 대상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디언 말을 영어로 번역했으니 원초적인 오역일 수도 있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인디언만이 가졌던 것은 아니다. 중세 서양에서도 토지의 매매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토지의 경작은 농노의 몫이었고, 형식적 소유주는 영주, 실질적인 소유주는 왕이었다.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모든 자연환경은 神의 것인데, 신의 아들인 왕이 현세에서 대신 통치를 할 뿐이고, 왕에 대한 충성의 대가로 영주들은 일정한 토지에서 나오는 경작물을 취득했다. 그러니 토지 자체를 사고팔 수 없었다.
좀 더 억측하면, 토지 매매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역사와 같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미래 날씨를 사고파는 시스템이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무엇이든지 돈으로 계산하고 사고파는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 로빈슨 크루소가 되지 않는 이상 벗아 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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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봐야 할 것 같다.
1854년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위협에 직면했을 때, 그때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흑인 노예제를 반대하며 현재의 미국 공화당을 결성했고, 몇 년 후 노예제 폐지 문제로 남북전쟁이 일으켰다. 원주민들은 그들의 땅에서 쫓겨났고, 인간이 살 수 없는 땅 - 인디언 보호구역에 가둬졌다. 정치인들이 우선하여 쫓는 것은 정권을 획득에 유리한 것들뿐이다. 사태의 본질이나 가치와는 무관하게 움직인다. 그러니 강정마을 문제를 정치인들이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는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해서 우선순위를 정하기에 몇 몇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그 원칙이 변하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도 정답을 찾을 수는 없다. 이 책은 단지, 아르네 네스의 심층생태학이라는 일종의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고대의 道家나 선불교 사상과 현대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론 등을 차용해서 광의의 경제적인 가치를 설명하고, 거기에 맞추어서 행동하는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강정마을 문제에 정답은 없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지속해서 환경에 관심을 가진다면, 앞으로 생겨날 또 다른 강정마을 문제는 보다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환경문제에 좀 더 관심을 두면서, 화이트헤드가 <<과학과 근대세계>>에서 말한“철저한 진화철학은 유물론과는 견해가 다르다. 유물론 철학의 출발점이 된 물질은 진화할 수 없다”라는 명제에 대해서 고민해 볼 생각이다. 2012.03.16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