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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속았다.
아니,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
2011년 올해의 소설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이 책을 읽으려다 가지고 있던 그의 단편집 [달려라, 아비]를 먼저 읽었다. 단편집이 자주 그러하듯 함축된 비교적 짧은 이야기를 여러 문예지에 꾸준히(??) 실었던 것을 묶어놨던데, 비교적 일관된 그 만의 문체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끔 우울하고, 때로 많이 우울한....
“하느님이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니?”
“저희 집은 교회 안 다니는 데요?”
“그럼 그 비슷한 누군에게라도 말이야.”
“음......잊었다는 생각이 들 떄가 있어요. 그분이 나를.”
“..........”
“하느님은 너무 바쁘시니까.”
잠시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내 주위에 앉은 사람 중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거나 채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가 하느님이 아니라서 좋은 점에 대해 생각해요. 세상에 하느님만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따로 있다면, 정말 그렇다면, 거꾸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도 따로 있지 않을까 하고......그게 결코 하느님을 능가할 만한 일은 못되더라도, 하느님도 부러워할 만한 몸짓들이 인간 사이에 존재한 게 아닐까 하고요.”
135-136
병원비가 없어 자구책으로 성금모금 프로그램에 나서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이야기는 눈물이 핑 돈다.
정말 해맑은 애늙은이 한아름.
그렇게 키운 어리고 철없고 어여쁜 내 부모(136p) 대수와 미라 엄마 아빠 이야기.
그래서, 조로早老에 걸린 아이에 관한 얄팍한 지식으로만 시작된 이 책을 읽으려 마음 먹으며 단단히 무장을 하고 읽기 시작한 내가 잘못이었다. 단편에서 봤던 그 우울한 이야기를 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읽기 시작하자마자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그 따뜻하고 마음에 물기가 생기는 이야기는 책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 유지됐다.
오래 전 책, 물론 부정父情에 관한 이야기 [가시고기]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17살의 다소 철없는(??) 나이에 부모와 17살 나이에 80대의 신체 연령을 가진 아름이에 관한 이야기는'올해의 소설'에 오를 만큼 충분히 흡인력이 있는 기억에 남는 소설이 될 것이다. 그의 다음 책을 성마르게 기대해본다.
사족 하나.
이야기 중에 노래가 두 곡 언급된다. ’Antifreeze'와 ‘Glide'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오리지널 싸운드트랙에 나오는 ‘Glide'는 가사는 아름이의 마음과 꼭 맞는 곡인 것 같다.
솔직히 찾아서 들어봤던 노래는 전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역시 ’Antifreeze'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