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이 여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뱃속이 텅 빈 것 같았다. 갑자기 강한 상실의 느낌, 격렬한 공허감이 엄습해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기이하고 비정상적이고 특이한 하루였다. 채 하루도 안 돼 전 재산을 잃었고, 내 소설에 등장하는 가장 고약한 여주인공이 난데없이 우리 집 거실로 들이닥쳤고, 정신 병원에 감금당하기 싫어 창을 깨고 두 층을 뛰어내려 자동차 지붕 위에 떨어졌다. 사만 달러나 되는 시계를 일천 달러에 팔았고, 머리가 휙 돌아갈 정도로 여자에게 세게 따귀를 얻어맞았고, 패스트푸드점 냅킨에 작성한 만화 같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16 속도제한 中 158-159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생각이 난다.
‘어 새 책이 나왔네? 뭐? 종이 여자?’뭐지 했었다.
읽기 시작하면서 빌리가 등장했을 때
이거 뭐야?
작가 소설 속 인물이 실제로 나타났다고?
처음에 읽으면서는 당황될 정도로, 꽤나 황당해 보이는 스토리였다.
하지만 소설 《천사 3부작》과 함께 그보다 더 드라마틱해보이는 톰, 밀로, 캐롤 삼총사의 역사와 연결되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스피디하게 읽히는 빠른 전개의 이야기가 좋았다.
암청색 가족 소설책이 버블 봉투 한 장에 의지해 센 강을 떠내려가고 있었다. 강물이 서서히 봉투 속으로 스며들었다.
지난 몇 주 동안 책은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다. 말리부에서 샌프란시스코, 대서양을 건너 로마까지 그리고 아시아를 거쳐 다시 맨해튼, 결국 긴 여정의 끝인 프랑스에 도착했다.
책은 그동안 만난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켰다.
34 The Book of Life 中 433
《천사 3부작》중 2권의 여정을 보고 있자니 영화 <레드 바이올린>에서의 그 바이올린이 생각났다.
대륙을 횡단하고 또 횡단하는 톰 보이드의 책.
그리고 톰의 두 절친한 친구 밀로와 캐롤의 결혼식날 밀로에게서 나오는 톰의 소설보다 더 극적 반전의 스토리! 역시 기대를 버리지 못하게 하는 뮈소다.
이래서 또 다음 책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참, 개인적으로 이번 표지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이라는 것이 사뭇 상상으로 그려보는 재미가 있는 것인데, 이 만화적인 선명한 얼굴의 주인공이 나와 있다니...
에피소드 하나
책 속에 한국, 또는 한국인이 제법 언급된다. 우리 나라에서 뮈소의 인기를 본인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록 팬 서비스 차원이라도 악역이 아니게 등장시켜주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