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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을 제외하곤 사실은 이 책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이 구입하게 되었고, 이런저런 책을 읽다가 오랫만에 소설을 한 권 읽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읽게 되었다. 우울해진 맘 달래보려 시작한 책이 더욱 우울하게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오래된 사진들을, 때론 팟팟 소리를 내며 떠오르곤 하는 기억의 잔상들을 살펴보는 화자를 따라 다니며 삶의 모습들이 모두 그러한가 하는 생각이었다.
프랑스의 시골 생활 모르탱,르 테이욀, 트랑 생활을 한 후 기숙사 생활과 외국 생활 속에서도 또 현재 파리 시민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영원히 기억속에 남아있는 생활들은 어린 시절의 잔상들...영원한 고향 같은 것? 내겐 회상해볼 시골 생활의 고향 같은 건 없지만 화자의 생활 속을 함께 다니며 느끼는 건 우리네의 몇 십년 전 모습과 꼭같은 생활 묘사를 보며 슬며시 미소짓게 했다. 전쟁 이후 자식들을 많이 나았다고 정부로부터 멋진 감사장을 맏는 얘기하며, 화장실 없어 바깥에 세워둔 곳에 볼 일을 보는 일이나, 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물길러 가는 일이 대부분이고, 열 명이나 되는 형제의 빨래를 하기 위해 이고지고 빨래터를 드나드는 어머니의 모습 등.....
사랑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엔 미워하며 살게 되는 부모님을 바라보는 자식들... '나는 어머니를 바라본다. 마치 어머니의 마음 속을 훤히 다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으로. 그런데 한편에서는 그녀의 남편인 아버지가 단말마의 숨을 몰아쉬면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무슨 일이 있었던가? 왜 갑자기 지옥 쪽으로 뒤집어져 버린 것인가? 사정이 달라질 수는 없었던 것일까?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서로를 저주했다. 그러고 나서 이제 어머니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 남자를, 그녀가 그토록 미워했던 그 남자를.(96~97p)'
언제나 남 같았던 아버지의 장례에 무지 많이 온 하객들을 보며 집에서는 대화도 제대로 없었지만 바깥에서는 농담도 잘하는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뒤늦게 보게되는 그런 어리석음.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절실한 가족들을 가까이있다는 이유로사랑한다 말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의 모든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이었다.(88P)>
무릇 모든 삶이 다 그런 거 아닐까? 그런데 우린 너무 짧은 호흡으로 바쁘게만 살고 있는 거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케 하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