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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열상진원에서, 주자소에서, 집현전에서, 경회루에서, 아미산에서, 강년전 최후의 대결까지 木火土金水의 오행의 상극을 좇아(그들은 철퇴에 머리가 으깨져 죽었고, 심장에 칼을 맞고 죽었으며, 시신이 우물간에 버려지고, 대들보에 매달렸다. 2권 221p) 궁내에서 죽어가는 선비들의 뒤를 쫓는 강채윤의 수사망에 좁혀 들어오는 놀라운 비밀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건축물 하나도 예사로이 지어지지 않는 궁과 함께 음양과 오행, 천지인의 조화를 맞춘 정음(한글)이 만들어지면서 겪게 되는 많은 집현전 학사들과 세종의 노고를 이렇게 소설로 풀어내다니 대단하다.
다소 현학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거야 나의 훈민정음에 대한 무지와 음양오행에 관한 지식의 부족 때문일 것이다.
궁궐 어디에나 그 전쟁의 피가 뿌려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들은 왜 그렇게 하릴 없는 죽음을 택했던가? 그들이 죽어간 이유는 주상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주상이 아니라 주상의 뜻이었다. 그것은 이 시대의 뜻이기도 했다.
시대는 살아 숨쉬었다. 시대는 생각하고 성장하며 완숙해졌다. 사람이 시대를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대가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시대가 성장하는 데는 그 시대의 명을 좇는 자들의 희생이 필요했다. 거대한 시대의 전쟁에 맨몸으로 나선 자들이 그들이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시대가 성장하고 발전하여 융성의 시대가 올지라도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부름을 피하지 않고 맞건 그들은 자신들의 피와 살이 융성의 시대를 만드는 한줌 거름이 됨을 기꺼워할 것이었다.
2권 221p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