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좋은 날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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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참 더럽게도 좋네.'(책표지중에서)  

좋은 날씨도 이렇게 중얼거리는 성석제의 책이라...
성석제의 글이라면 하고 들어보게 되었는데, “이거 아니잖아?“이다.

그 전 성석제 작가의 느낌(내 기억이 잘못된 것일까? 그전 그의 책을 보면 어려움도 가볍게 비틀어가며 유머로 승화시키는 느낌이었는데.....)을 거의 느낄 수 없는 낯선 문장들의 연속이다.
요즘 다들 세상 살기가 힘들어져 팍팍해진 시대의 반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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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라이크 헤븐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권신아 그림 / 열림원 / 2009년 3월
품절


"아더, 당신은 내게 얽매여선 안 돼. 난 아무것도 줄 수가 없어. 함께 나눌 것도, 베풀 것도 없어. 난 하물며 커피 한 잔도 끓여줄 수가 없단 말야."
"빌어먹을. 그래, 당신이 나한테 커피도 끓여줄 수 없다면, 가능한 미래 따위는 쥐뿔도 없겠지. 난 얽매이는 게 아냐. 로렌. 나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난 벽장 속에서 당신을 만나자고 청한 적 없어. 그냥 당신이 거기 있었어. 그런데 나만이 당신을 도울 수 있는 거야. 그건 옳은 일이고 단 하나의 길이야. 그게 인생이야, 그런 거야. 아무도 당신 목소리를 듣지 못해. 보지도 못하고 대화할 수도 없어. 이젠 저를 저버릴 수 없다고."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녀 말이 옳다. 그녀 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위험천만한 짓이다. 그녀에게는 헛된 희망을 심어줄 수 있으며, 그에게는 자기 시간을 다 잡아먹고 인생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인생이야, 바로 그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가 거기 있었다. 그의 곁에, 그의 아파트에.-115쪽

"단순하게 생각해. 이건 하나의 게임이야. 매일 아침 누군가가 당산한테 팔만육천사백 달러를 준다. 하루 동안에 그걸 소비하라는 유일한 제약을 두고서 말이지. 사용하지 않은 돈은 당신이 잠들때 다시 몰수되는 거고. 하지만 이 하늘의 선물, 혹은 게임은 언제라도 중단될 수 있다, 알겠어? 고로 물음은 이거야. 만약 그런 선물이 당신에게 내려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대답했다. 자신에게 즐겁도록,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안겨주는 데에 모든 돈을 쓸 것이다. 그 ‘마법의 은행’이 제공해준 한 푼 한 푼을 자신의 삶과 주의 사람들의 삶에 행복을 안겨주기 위해 사용할 것이다.
"하물며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도. 나랑 가까운 사람들과 나만을 위해서 하루에 팔만육천사백 달러를 다 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거든. 그런데 결국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 우리 모두는 이 마법의 은행을 가지고 있어. 그건 시간이거든. 째깍째깍 흘러가는 매초들로 이루어진 풍요의 뿔!"-290-291쪽

매일 아침 깨어날 때 우리에겐 하루당 팔만육천사백 초의 시간이 예치되고, 밤에 잠들 때 다른 계좌로의 이월 같은 건 없다. 그날 살아지지 않는 것은 유실된다. 어제는 지난 것이다. 날마다 이 마법은 새로 시작되어, 매일 아침이면 다시금 팔만육천사백 초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지고 우리는 그 비껴갈 수 없는 규칙과 놀이를 한다. 시간 은행은 어느 때라도 아무런 예고 없이 우리의 계좌를 닫을 수 있다. 어느 때라도 삶은 멈출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우리에게 매일 주어지는 팔만육천사백 초를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게 돈보다 더 소중하지 않을까, 삶의 순간들이?"
사고 이후로 그녀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가를 실감하며 사는 사람들이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날이 깨닫고 있었다.-291쪽

"당신이 한 해의 삶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방금 학년말 시험에서 낙제한 학생에게 물어봐. 한 달의 삶은, 미숙아를 출산해놓고 그 아기가 아무 탈 없이 무사하게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자기 팔에 안길 수 있기를 고대하는 어머니에게 물어봐. 한 주에 대해서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공장이나 탄광에서 일하는 남자에게 물어봐. 하루는, 가슴 두근거리며 다시 만나기를 기다리는 두 연인에게 물어보고, 한 시간은, 고장난 엘리베이터 속에 갇힌 밀실공포증 환자에게 물어봐. 일 초는, 자동차 사고를 간발의 차로 모면한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봐. 천분의 일 초는 올림픽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육상선수에게 물어봐. 그가 온 삶을 바쳐 훈련해가며 따려고 한 금메달이 아니라 은메달을 딴 선수에게 말야. 삶은 마술이야, 아더. 나는 사정을 알고서 말하는 거야. 사고를 당한 후로 나는 매순간의 가치를 느끼고 있으니까. 그러니 제발, 우리에게 남은 이 모든 순간을 만끽하자."
"너랑 함께하는 매순간은 다른 어떤 순간보다도 훨씬 소중해."-291-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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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라이크 헤븐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권신아 그림 / 열림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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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의 말미에 나와 있는 것 처럼 이렇게 착한 사람들만 나오는 이야기도 있구나 했다. 

레지던트인 로렌이 코마상태에 빠진 후 6개월이 지나 로렌이 살던 집에 이사 들어오게 되는 아더. 로렌이 살던 집이라는  이유만으로 로렌 유령을 만나게 되는 황당한 이야기에서 그 유령과 교감을 갖는 이야기는 때론 황당하기 그지 없는 설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아더, 당신은 내게 얽매여선 안 돼. 난 아무것도 줄 수가 없어. 함께 나눌 것도, 베풀 것도 없어. 난 하물며 커피 한 잔도 끓여줄 수가 없단 말야.”

“빌어먹을. 그래, 당신이 나한테 커피도 끓여줄 수 없다면, 가능한 미래 따위는 쥐뿔도 없겠지. 난 얽매이는 게 아냐. 로렌. 나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난 벽장 속에서 당신을 만나자고 청한 적 없어. 그냥 당신이 거기 있었어. 그런데 나만이 당신을 도울 수 있는 거야. 그건 옳은 일이고 단 하나의 길이야. 그게 인생이야, 그런 거야. 아무도 당신 목소리를 듣지 못해. 보지도 못하고 대화할 수도 없어. 이젠 저를 저버릴 수 없다고.”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녀 말이 옳다. 그녀 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위험천만한 짓이다. 그녀에게는 헛된 희망을 심어줄 수 있으며, 그에게는 자기 시간을 다 잡아먹고 인생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인생이야, 바로 그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가 거기 있었다. 그의 곁에, 그의 아파트에.

115 p

로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아더의 침착한 생활 패턴에 있던 엄마 릴리안과 안소리의 또 다른 이야기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로렌을 안락사 시키기 위한 이야기들이 병원에서 진행되면서 두 사람만의 관계가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고, 매 순간을 소중하게 생활하고 있던 그들에게 원치 않던 로렌의 영혼이 사라지는 순간이 올 때는 너무 서운했지만 해피 엔딩으로 끝나게 되어 즐겁게 놓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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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구판절판


사람이 하루에 경험하는 희로애락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언젠가 신문에서, 어떤 할 일 없는 친구가 영혼의 무게를 달았더니(아마 죽기 전휴의 몸무게를 비교한 것일 테지만) 10그램 정도가 나가러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나는 이 네 가지의 무게 중에서 애哀의 절대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삶을 살 수 밖에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쁨이란 얼마 지나지 않아 내성이 생겨서 금방 무뎌지지만, 슬픔이란 몇 배 더 여운이 길게 남는 법이다.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 -51쪽

미진이가 세상을 떠나고 이틀 후, 혈액배양 검사 결과가 나왔다. 역시 포도상구균에 의한 ㅍ패혈증이었다. 나는 더 이상 이런 일을 감당하기가 벅찼다. 어린 생명을 앗아간 제도에 분노하고, 하루를 망설이면서 시간을 보낸 나의 비겁함에 분노하고, 사악한 세균에 분노했다.
그때부터 나는 의료시스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비슷한 일이 몇 번 반복되고, 그때마다 의사로서의 소신과 제도에 복종해야 하는 사회인으로서 규범 사이에서 일종의 사회부적응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결국 종합병원에서 전문의로 근무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스스로 옷을 벗었다.
물론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당장 최소한 일주일에 한 명씩 내 환자의 임종을 지켜봐야 했던 끔찍한 상황이 없어졌고, 하루에도 서너 번씩 피를 말리는 상황도 없다. 또 피고름이 묻은 속옷을 버리고 매일 속옷을 사 입지 않아서 좋다.
나는 지금 부끄럽다 중-256-257쪽

그런데 누군가는 지금 이 시간에도 그 상황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우리 동기 중 누군가는 중환자실 환자 때문에 오늘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당직실에서 쪼그리고 자고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방금 전에 눈을 감은 환자를 떠나보내고 밤하늘에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고 있거나, 천장으로 솟구치는 피를 덮어쓰면서 누군가의 배와 가슴, 그리고 머리를 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부끄럽다. 그들과 같이 밤을 새우지도 않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고 응급실 중환자실을 뛰어다니지도 않으면서 그냥 이렇게 하루종일 농담 같은 삶을 살고 있어서 그들에게 한없이 부끄럽다.
나는 지금 부끄럽다 중-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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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하루에 경험하는 희로애락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언젠가 신문에서, 어떤 할 일 없는 친구가 영혼의 무게를 달았더니(아마 죽기 전휴의 몸무게를 비교한 것일 테지만) 10그램 정도가 나가러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나는 이 네 가지의 무게 중에서 애哀의 절대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삶을 살 수 밖에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쁨이란 얼마 지나지 않아 내성이 생겨서 금방 무뎌지지만, 슬픔이란 몇 배 더 여운이 길게 남는 법이다.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 51

미진이가 세상을 떠나고 이틀 후, 혈액배양 검사 결과가 나왔다. 역시 포도상구균에 의한 패혈증이었다. 나는 더 이상 이런 일을 감당하기가 벅찼다. 어린 생명을 앗아간 제도에 분노하고, 하루를 망설이면서 시간을 보낸 나의 비겁함에 분노하고, 사악한 세균에 분노했다.

그때부터 나는 의료시스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비슷한 일이 몇 번 반복되고, 그때마다 의사로서의 소신과 제도에 복종해야 하는 사회인으로서 규범 사이에서 일종의 사회부적응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결국 종합병원에서 전문의로 근무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스스로 옷을 벗었다.

물론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당장 최소한 일주일에 한 명씩 내 환자의 임종을 지켜봐야 했던 끔찍한 상황이 없어졌고, 하루에도 서너 번씩 피를 말리는 상황도 없다. 또 피고름이 묻은 속옷을 버리고 매일 속옷을 사 입지 않아서 좋다.

그런데 누군가는 지금 이 시간에도 그 상황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우리 동기 중 누군가는 중환자실 환자 때문에 오늘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당직실에서 쪼그리고 자고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방금 전에 눈을 감은 환자를 떠나보내고 밤하늘에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고 있거나, 천장으로 솟구치는 피를 덮어쓰면서 누군가의 배와 가슴, 그리고 머리를 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부끄럽다. 그들과 같이 밤을 새우지도 않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고 응급실 중환자실을 뛰어다니지도 않으면서 그냥 이렇게 하루종일 농담 같은 삶을 살고 있어서 그들에게 한없이 부끄럽다.

나는 지금 부끄럽다 256-257

제목만으로는 그냥 시골 의사 선생님의 생활 속 에세이 인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첫 장부터 읽어보니 삶과 죽음이 늘 교차하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제 삶의 현장이 스피디하게 전해지고 있다.

때론 삶이 더 드라마틱하다는 것을 느낄 일이 많아지는 나이지만, 이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죽음의 문턱에 다가가거나, 어쩔 수 없이 좀더 빠르게 죽음을 문턱을 넘어서게 되는 이들의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고 보게 되는 이야기인지라 의사로서의 노고를 느끼게 하고 ‘병원이란 정말 웃고 웃은 인생사의 축소판’(161)이라는 이야기를 실감하게 하는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그런데 에필로그를 읽고 나니 나도 숙제가 새로 생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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