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라이크 헤븐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권신아 그림 / 열림원 / 2009년 3월
품절


"아더, 당신은 내게 얽매여선 안 돼. 난 아무것도 줄 수가 없어. 함께 나눌 것도, 베풀 것도 없어. 난 하물며 커피 한 잔도 끓여줄 수가 없단 말야."
"빌어먹을. 그래, 당신이 나한테 커피도 끓여줄 수 없다면, 가능한 미래 따위는 쥐뿔도 없겠지. 난 얽매이는 게 아냐. 로렌. 나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난 벽장 속에서 당신을 만나자고 청한 적 없어. 그냥 당신이 거기 있었어. 그런데 나만이 당신을 도울 수 있는 거야. 그건 옳은 일이고 단 하나의 길이야. 그게 인생이야, 그런 거야. 아무도 당신 목소리를 듣지 못해. 보지도 못하고 대화할 수도 없어. 이젠 저를 저버릴 수 없다고."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녀 말이 옳다. 그녀 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위험천만한 짓이다. 그녀에게는 헛된 희망을 심어줄 수 있으며, 그에게는 자기 시간을 다 잡아먹고 인생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인생이야, 바로 그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가 거기 있었다. 그의 곁에, 그의 아파트에.-115쪽

"단순하게 생각해. 이건 하나의 게임이야. 매일 아침 누군가가 당산한테 팔만육천사백 달러를 준다. 하루 동안에 그걸 소비하라는 유일한 제약을 두고서 말이지. 사용하지 않은 돈은 당신이 잠들때 다시 몰수되는 거고. 하지만 이 하늘의 선물, 혹은 게임은 언제라도 중단될 수 있다, 알겠어? 고로 물음은 이거야. 만약 그런 선물이 당신에게 내려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대답했다. 자신에게 즐겁도록,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안겨주는 데에 모든 돈을 쓸 것이다. 그 ‘마법의 은행’이 제공해준 한 푼 한 푼을 자신의 삶과 주의 사람들의 삶에 행복을 안겨주기 위해 사용할 것이다.
"하물며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도. 나랑 가까운 사람들과 나만을 위해서 하루에 팔만육천사백 달러를 다 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거든. 그런데 결국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 우리 모두는 이 마법의 은행을 가지고 있어. 그건 시간이거든. 째깍째깍 흘러가는 매초들로 이루어진 풍요의 뿔!"-290-291쪽

매일 아침 깨어날 때 우리에겐 하루당 팔만육천사백 초의 시간이 예치되고, 밤에 잠들 때 다른 계좌로의 이월 같은 건 없다. 그날 살아지지 않는 것은 유실된다. 어제는 지난 것이다. 날마다 이 마법은 새로 시작되어, 매일 아침이면 다시금 팔만육천사백 초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지고 우리는 그 비껴갈 수 없는 규칙과 놀이를 한다. 시간 은행은 어느 때라도 아무런 예고 없이 우리의 계좌를 닫을 수 있다. 어느 때라도 삶은 멈출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우리에게 매일 주어지는 팔만육천사백 초를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게 돈보다 더 소중하지 않을까, 삶의 순간들이?"
사고 이후로 그녀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가를 실감하며 사는 사람들이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날이 깨닫고 있었다.-291쪽

"당신이 한 해의 삶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방금 학년말 시험에서 낙제한 학생에게 물어봐. 한 달의 삶은, 미숙아를 출산해놓고 그 아기가 아무 탈 없이 무사하게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자기 팔에 안길 수 있기를 고대하는 어머니에게 물어봐. 한 주에 대해서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공장이나 탄광에서 일하는 남자에게 물어봐. 하루는, 가슴 두근거리며 다시 만나기를 기다리는 두 연인에게 물어보고, 한 시간은, 고장난 엘리베이터 속에 갇힌 밀실공포증 환자에게 물어봐. 일 초는, 자동차 사고를 간발의 차로 모면한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봐. 천분의 일 초는 올림픽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육상선수에게 물어봐. 그가 온 삶을 바쳐 훈련해가며 따려고 한 금메달이 아니라 은메달을 딴 선수에게 말야. 삶은 마술이야, 아더. 나는 사정을 알고서 말하는 거야. 사고를 당한 후로 나는 매순간의 가치를 느끼고 있으니까. 그러니 제발, 우리에게 남은 이 모든 순간을 만끽하자."
"너랑 함께하는 매순간은 다른 어떤 순간보다도 훨씬 소중해."-291-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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