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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라이크 헤븐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권신아 그림 / 열림원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책의 말미에 나와 있는 것 처럼 이렇게 착한 사람들만 나오는 이야기도 있구나 했다.
레지던트인 로렌이 코마상태에 빠진 후 6개월이 지나 로렌이 살던 집에 이사 들어오게 되는 아더. 로렌이 살던 집이라는 이유만으로 로렌 유령을 만나게 되는 황당한 이야기에서 그 유령과 교감을 갖는 이야기는 때론 황당하기 그지 없는 설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아더, 당신은 내게 얽매여선 안 돼. 난 아무것도 줄 수가 없어. 함께 나눌 것도, 베풀 것도 없어. 난 하물며 커피 한 잔도 끓여줄 수가 없단 말야.”
“빌어먹을. 그래, 당신이 나한테 커피도 끓여줄 수 없다면, 가능한 미래 따위는 쥐뿔도 없겠지. 난 얽매이는 게 아냐. 로렌. 나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난 벽장 속에서 당신을 만나자고 청한 적 없어. 그냥 당신이 거기 있었어. 그런데 나만이 당신을 도울 수 있는 거야. 그건 옳은 일이고 단 하나의 길이야. 그게 인생이야, 그런 거야. 아무도 당신 목소리를 듣지 못해. 보지도 못하고 대화할 수도 없어. 이젠 저를 저버릴 수 없다고.”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녀 말이 옳다. 그녀 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위험천만한 짓이다. 그녀에게는 헛된 희망을 심어줄 수 있으며, 그에게는 자기 시간을 다 잡아먹고 인생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인생이야, 바로 그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가 거기 있었다. 그의 곁에, 그의 아파트에.
115 p
로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아더의 침착한 생활 패턴에 있던 엄마 릴리안과 안소리의 또 다른 이야기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로렌을 안락사 시키기 위한 이야기들이 병원에서 진행되면서 두 사람만의 관계가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고, 매 순간을 소중하게 생활하고 있던 그들에게 원치 않던 로렌의 영혼이 사라지는 순간이 올 때는 너무 서운했지만 해피 엔딩으로 끝나게 되어 즐겁게 놓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