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과 만남
구본형 지음, 윤광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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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출간된 책이 다시 재판되었단다. 벌써 10여년 전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길’, ‘~~길’처럼 발품을 팔아 50여일 간 남도를 여행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느리게 걷기’를 한다.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남도 여행에 동참하며 저절로 착해지는 기분이랄까?
또, 그도 책으로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윤광준의 tone down되어 글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우러지는 착한 사진(??^^)도 보기 좋다. 
 

그의 글도 글이지만 지명 옆의 부제도, 소제목은 더욱더 아름답다.
경영에 관한 작가의 여행에 관한 그 전의 글에서도 느낌이 좋았다. 뭐라 쓰면 좋을까했는데, 책 말미에 사진작가의 말에 글의 느낌이 잘 적혀있다.

‘딱딱하고 건조한 동류의 책과 다른 인문학적 향기가 있었고 문체가 있었다. 글 잘 쓰는 여느 문인의 과잉된 감정을 절제한 담담함은 힘과 깊이의 양립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구본형의 글에서 느낌을 윤광준만큼은 잘 표현하지 못하겠다.  

 

두 번째 인생은 절대로 바쁘게 보내지 않을 것이다. 첫째, 더 자유로울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나에게 명령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할 것이다. 둘째, 더 많이 배울 것이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진지함을 버릴 것이다. 셋째, 배운 것을 통해 기여할 것이다. 주제넘지 말 일이다. 내가 만족한 나의 삶만이 이 땅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여행은 생략할 수 없는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었다.
-기차 안에서 24p
 
 
개인적으로도 20여년의 직장생활을 마감하려는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읽으며 먹먹해지는 기분이 있었다.  그의 글을 읽으며 내 '두 번째 인생'을 위해서 나도 작가처럼 긴 여행을 가게 되면 더 없이 좋겠지만 짧은 휴가라도 보내고 싶다.  그처럼 새로운 시작을 잘 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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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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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라.
미루 어머니가 나를 떼어내었다.
-다시 만나지 말......
미루 어머니는 목이 메어 말을 채 맺지 못했다. 다.시.만.나.지.말.자. 미루 어머니는 애써 다시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갔다. 나는 무엇에 저항하듯이 차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미루 어머니가 열어주었던 자동차 문을 내가 닫았다. 내가 좀 전에 들고 있던 미루의 노트가 담긴 상자가 차 문 바깥 바닥에 놓여 있는 게 내다보였다. 이런 관계도 있구나, 서글퍼졌다. 처음 만났는데 다시는 만나지 말자,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사이가 미루 어머니와 나의 관계였다.
-10. 우리가 불 속에서 323p 
 

역시나...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 떨어진다. 이런..... 내 메마른 감정을 건드리는 책을 만나다니...  

 

 

'읽어보셨어요?‘ 하면서 동료가 건네주었다. '아니' ’근데, 우울해요. 읽고 이렇게 우울한 책은...‘ '신경숙씨 책은 그런 것 많은데....' 하며 빙긋이 웃게 되었다. 신경숙 작가의 작품은 나에게는 실은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읽으면서도 읽고나서도 한참동안 우울한 분위기를 안고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아 꼭 읽어보려고 하면서도 미루게 되는.... 알라딘의 서재에 이 글이 실릴 때도 아직은 책 냄새를 맡으며 책읽기를 좋아하는데 하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고 있었으니 그저 미소뿐...

윤이와 단이와 미루와 명서라는 네 사람의 청춘들의 이야기로, 여러 개의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사랑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내게는 사랑이 죽음이기도 한 것인지 끊임없이 죽음이 따라 나왔다(376)라고 한 것처럼 힘든 청춘들이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가끔씩 뚝뚝 끊어져 분명히 말하는 ‘내.가.그.쪽.으.로.갈.까.’'다.시.는.만.나.지.말..' 처럼 방점이 나오면 꼭꼭 눌러서 읽어지고 정윤의 이야기 속에 가끔씩 등장하는 갈색노트에서는 또다른 애잔한 마음에 가슴이 저린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해도 같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교차한다. 비온 뒤 감자줄기를 잡아당기면 땅속에서 주렁주렁 감자알들이 이끌려나올 때같이, 잊혀진 일들이 둘쑥날쑥 심연에서 끌려나와 나를 정지시켜놓고 있었다. 잊고 살아도, 만나지 못하고 살아도, 우리가 한순간 이렇게 연결된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했다.
-프롤로그 22p

청춘의 뒤끝에 연결되어 있는 인연이 생각나서도 서글프다.

 

각설하고, 

역시나 미뤄왔지만 읽게 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작가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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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dad Bravo - Sombras - The Best Of Soledad Bravo
솔레다드 브라보 (Soledad Bravo) 노래 / 알레스2뮤직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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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
아프리카 카보 베르데에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가 있다면
베네수엘라에는 솔레다드 브라보Soledad Bravo가 있다. 
 

 

우연히 월드 뮤직 컴필레이션 음반을 통해 그의 음성을 처음 들었다. 호소력이 있고 파워풀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그의 멋진 목소리에 반해 앨범을 찾았지만 국내 발매 음반이 많지 않다. 3장 중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앨범이다. 그런데 처음 이 앨범 들었을 때는 쩝... 전에 가지고 있던 음반[Paloma Negra(검은 비둘기)]의 순서도 거의 바꾸지 않고, 몇 곡이 더 들어 있을 뿐이어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그 덕에 기분을 내며 친구에게 한 장을 선물했는데, 친구도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모음집에서나 듣던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를 함께 들을 수 있어 좋다.

현란한 기타 소리에 울리는 [Sombras(어둠)]의 첫 곡에서부터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압도하기에 적당하다. [사랑하는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같은 곡에서는 감미로운 목소리도 들을 수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La Pulpera De Santa]같은 힘있는 목소리가 매력있다.

요즘 소위 우리나라의 가수라는 분(??)들이 노래 실력을 검증 받지 못하고 비쥬얼이 좋아 나오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어떤 이가 들어도 솔레다드 브라보의 실력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가장 심플한 기타 반주만으로 들려주는 그의 목소리 서늘한 계절이 되면 더욱 생각난다. 스페니쉬 기타 선율에 흐르는 그의 곡 다 좋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Sombras]와 [Hasta Siempre]는 언제나 다시 들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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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식생활 - 아이의 식습관이 달라지는 과학적 해법의 모든 것
EBS <아이의 밥상> 제작팀 엮음 / 지식채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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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EBS를 통해 일부를 보게 되었는데, 내겐 좀 충격적인 이야기들이어서 못 본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많은 매체들이 있음에도 아직 화면을 통해 보는 것보다는 활자로 읽는 것을 좋아하는 지라 궁금하다가 책을 도서관을 통해 구입을 신청하게 되었는데, 막상 또 화면 속의 내용이 어떻게 제대로 적혔을까?하는 노파심이 있어 [아이의 사생활]책을 구입했을 때처럼 망설이다가 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노파심이었을뿐. 화면 속에서 보이던 모습을 박스로 처리했고, 나레이션으로 처리 되었던 많은 사실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총 4부 중 단맛의 열광, 편식, 과식, 식습관 트러블로 나뉘어져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어찌 보면 식생활 중에서 늘 강조하는 내용들이라 화면상으로 보는 것보다는 덜 충격적이긴 하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 하나.
아이들의 문제가 결국은 부모의 잘못된 방침이나 생각에서 온 다는 것. 그것은 비단 식생활의 문제뿐 아니라 생활 등 모든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모’라는 이름의 책임감이 많이 느껴지는 부분인데, 특히 이 ‘식생활’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식생활을 담당하는 사람인 ‘어머니’의 역할이 전적으로 크다는 것이 부담감으로 느껴진다.

아이뿐만 아니라, ‘1인분 실험, 정해진 1인분은 없다’나 ‘배가 아니라 눈으로 느낀다’ 등을 살펴보면 비만에 힘들어하는 성인들도 참고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책을 덮기 전, 한 가지만 기억해라.  아이의 식습관도 부모의 긍정적인 태도 하나면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것!
2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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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돌
문영심 지음 / 가즈토이(God'sToy)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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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글이란 최대한 쉽고 평범해야 한다. 표현의 독창성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 영상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최소한의 언어, 그것뿐이다. 방송 글을 쓰는 동안 나의 언어 세계는 한없이 축소되고 빈약해졌다. 다큐멘터리 원고를 쓰다보면 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얘기를 어떤 선배에게 했더니 그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쓰는 언어는 고작 2천 단어 내외라는 것이다. 가장 상식적이고 평이한 언어들을 골라 조합해 내는 것이 우리의 작업이라고. 아닌게 아니라 이번 작품의 프롤로그에 썼던 말을 다음 작품의 에필로그에 순서만 바꿔서 거의 비슷하게 쓰고 있는 것을 수시로 발견하곤 했다.
- 기억과 망각의 강을 넘어 13-14
  

 

그런 의미에서 내가 우연히 선택한 다큐멘터리 작가라는 직업은 내가 삶을 ‘견디는’데 적합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주제를 선택해서 그것을 영상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그것은 그르니에가 말한 것처럼 ‘경박한’ 주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연구하는 작업이었다. 산더미 같은 자료 더미에 파묻혀서 정보를 읽고 조합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나를 권태로부터 다소나마 구원해 주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전파를 타고 영상이 날아가고 나면 그뿐이었다. 또 다른 작업에 매달려서 벌ㅆ 지난번에 다루었던 주제는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그것은 지극히 소모적인 작업이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얼치기 지성인이 되어 갔다.
-두통과 불면의 날들, 지하의 방 中 201 

책이라는 사족을 못 쓰는 나를 위해 지인(知人)이 책 선물을 보내왔다. 그런데.....
어찌된 게 늘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는 내게도 생소한 책들이 많다. 모두 ‘초판’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위로를 하며 받았는데, 이 책은 더 열심히 읽어보라는 주문이 적혀 있다.
처음을 넘기며 아하~~! 방송작가의 이야기이다.  


요즘은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힘들지만 가끔 만나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푸념하던 소리를 꼭 같이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소위 글을 좀 쓴다는 사람이 너무나 ‘소비적인 글’만 쓰는 것에 힘들어하는.....  


도스토예프스키에 관한 문학기행 이야기가 잘 풀려 나가지 않던 중에 취재를 갔던 이로부터 받게 된 시베리아 유형생활을 했던 감옥에서 가져온 ‘도스토예프스키의 돌’을 받게 되면서 때로는 왜곡되었을지도 모르는 또렷한 회상을 풀어내는 이야기이다.
물론 
작가는 언젠가는 자서전적 이야기를 쓴다고 했던가?
그의 첫 장편에서 문학에 발을 담그고 고민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유신 말기의 암울했던 시대 상황의 바깥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힘든 짧았던 4월의 봄날 같은 대학 생활을 보내는 청춘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청춘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불안하고 두려웠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지만,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 수 없었다.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세상은 아름답기보다는 더러웠고 사람들은 어리석고 바보같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초조함과 조바심이 스물한 살의 내 영혼을 파먹고 있었다.
-즐거운 집단 오줌 누기 中 45P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와 연극은 인생을 모방하는 거라고 했다. 그런데 스물한 살의 나는 문학을 모방하는 인생을 살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문학적인 사랑, 문학적인 삶이라는 게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나는 그런 삶을 원했던 게 틀림없다.
-‘좃’ 때문에 좆된 사연 73 
 

 그 힘든 청춘들이 창조의 세계에서도 고민하니 더더욱 어려움이 느껴진다.  

 

그렇다. 우리는 소설을 쓸 때 누구나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앞선 작가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고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서도 그들이 보지 못하고 내가 본 것을 찾아내려고 머리를 쥐어짜는 것이다. 그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세계를 발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쥐의 눈을 빌려 오기도 하고 새의 눈을 빌려 오기도 하고 노인이건 어린아이건 그 누가 되었건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누군가를 불러 와야 한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밤새도록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지만 역시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 연애보다 문학이 더 중요해 中 92-93 
 

내가 아는 것은 대부분 책에서 읽은 것이었다. 나를 둘러싼 현실 세계에 대해서 나 스스로 파악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책에서 얻은 관념의 잣대로 재보고 있었다. 그것이 소설을 쓰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인지도 몰랐다.
- 연못 시장, 축제의 밤 中 131

액자 소설이 많이 등장하는데, 책을 전반적으로 이끌어가는 글로는 장 그르니에의 [섬]이 있다. 오래 전 읽은 기억은 나는데 내용은 모두 생소하다. 다시 꺼내어 읽어볼 일이다.
소설 속에서 액자 소설의 형태로 여러 소설도 나온다. 오래토록 소설을 쓰고 싶어 힘들게 나온 소설인데,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 그의 새 소설은 또 한참동안을 기다려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 조바심이 나지만 글 속의 그처럼 '도스토예프스키의 돌'을 지녔으리라 믿고 빠른 후속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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