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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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라.
미루 어머니가 나를 떼어내었다.
-다시 만나지 말......
미루 어머니는 목이 메어 말을 채 맺지 못했다. 다.시.만.나.지.말.자. 미루 어머니는 애써 다시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갔다. 나는 무엇에 저항하듯이 차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미루 어머니가 열어주었던 자동차 문을 내가 닫았다. 내가 좀 전에 들고 있던 미루의 노트가 담긴 상자가 차 문 바깥 바닥에 놓여 있는 게 내다보였다. 이런 관계도 있구나, 서글퍼졌다. 처음 만났는데 다시는 만나지 말자,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사이가 미루 어머니와 나의 관계였다.
-10. 우리가 불 속에서 323p 
 

역시나...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 떨어진다. 이런..... 내 메마른 감정을 건드리는 책을 만나다니...  

 

 

'읽어보셨어요?‘ 하면서 동료가 건네주었다. '아니' ’근데, 우울해요. 읽고 이렇게 우울한 책은...‘ '신경숙씨 책은 그런 것 많은데....' 하며 빙긋이 웃게 되었다. 신경숙 작가의 작품은 나에게는 실은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읽으면서도 읽고나서도 한참동안 우울한 분위기를 안고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아 꼭 읽어보려고 하면서도 미루게 되는.... 알라딘의 서재에 이 글이 실릴 때도 아직은 책 냄새를 맡으며 책읽기를 좋아하는데 하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고 있었으니 그저 미소뿐...

윤이와 단이와 미루와 명서라는 네 사람의 청춘들의 이야기로, 여러 개의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사랑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내게는 사랑이 죽음이기도 한 것인지 끊임없이 죽음이 따라 나왔다(376)라고 한 것처럼 힘든 청춘들이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가끔씩 뚝뚝 끊어져 분명히 말하는 ‘내.가.그.쪽.으.로.갈.까.’'다.시.는.만.나.지.말..' 처럼 방점이 나오면 꼭꼭 눌러서 읽어지고 정윤의 이야기 속에 가끔씩 등장하는 갈색노트에서는 또다른 애잔한 마음에 가슴이 저린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해도 같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교차한다. 비온 뒤 감자줄기를 잡아당기면 땅속에서 주렁주렁 감자알들이 이끌려나올 때같이, 잊혀진 일들이 둘쑥날쑥 심연에서 끌려나와 나를 정지시켜놓고 있었다. 잊고 살아도, 만나지 못하고 살아도, 우리가 한순간 이렇게 연결된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했다.
-프롤로그 22p

청춘의 뒤끝에 연결되어 있는 인연이 생각나서도 서글프다.

 

각설하고, 

역시나 미뤄왔지만 읽게 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작가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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