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 산문집
이지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구판절판


누구나 떠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떠나는 순간만큼은 운명처럼 다가온다. 거리에서 카페오레의 향기를 맡다가 불현듯 ‘파리로 갈거야’라며 배낭을 싸는 학생들도 있고, 허망하고 피곤한 삶에 지쳐 사표를 내고 운명처럼 떠나는 직장인들도 있다. 또한 휴가나 방학을 맞아 즐거운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뛰쳐나가는 이들도 있다. 그곳에서 그들은 잠시 잊고 있던 춤추고 노래하는 신사는 축제로서의 삶을 발견한다. 모든 걸 훌훌 털고 떠나는 여행자는 이제 그 속에 자신을 던지며 무한한 자유를 맛본다.
그것이 떠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하늘의 축복일 것이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하지만 멀리 보고 싶은 의지가 있는 새만이 높이 날 수 있다.
#떠나다-.쪽

수많은 이별이 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평생 겪어야 만남과 이별을 여행하는 이는 한 번의 여행에서 다 겪게 된다. 생이란 결국 만남과 이별, 한 번의 여행은 한 번의 삶이 된다.
#만남과 이별-.쪽

가끔 잠수하고 싶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가? 잘 살아가다가도 문득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공간에 푹 파묻혀 숨고 싶은 생각이 든다.
~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것도 피하고 싶어졌다. 내가 여행자인지 현지인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릴 필요도 없는 그런 곳에 가고 싶었다. 그곳에서 완전한 익명으로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고 싶었다. 그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은 바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사는 대도시였다.
-어느 날 잠수하고 싶을 때- 27쪽

"여행이 즐거우려면 현실의 삶에서 스트레스가 많아야 해" -6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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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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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구해줘]를 구입하고 나서도 웬지 끌리지 않아 한참동안 집에 두고서 읽지 않았던 기억이 나면 새삼 귀욤 뮈소에게 미안(??^^)까지 해진다. 하긴 처음 표지는 그닥 로맨스 소설스럽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문학적 가치를 논하기는 뭣하겠지만, 한 번 읽어보고 나니 뻔한 내용인 거 아냐? 하면서도 매번 기다려지고, 들고 있으면 정말 책장이 잘 넘어가는 데는 이견 異見이 없을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아키볼드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오히려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최악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최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법이니까.
최대의 적, 그것은 두려움이다.
언제나.
126

마르탱은 자신이 아키볼드와 닮은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여자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오랜 세월을 괴로워하며 살아왔다는 점에서 그들은 똑같은 아픔을 간직해온 셈이었다. 아키볼드를 체포하는 건 단순히 범죄자를 잡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르탱은 아키볼드에 대한 수사가 자기 자신을 분석하는 치료 과정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긴 의자에 누워 심리 상담을 받는 게 아니라 자신의 과거, 깊숙한 곳에 숨겨진 자아와 두려움을 직접 대면하는 것.
188-189
  

 

천하의 신출귀몰 예술품 도둑 아키볼드 맥린과 아키볼드에게 편집증이라도 걸린 듯 그를 잡기위해 혈안이 된 애송이 경찰 마르탱 보몽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키볼드의 발목을 잡는 건 마르탱이 아닌 림프절에서 간에까지 전이된 췌장에 생긴 악성 종양.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에 나온 레녹스 병원의 엘리엇 쿠퍼 박사도 다시 만나게 된다. 30 여년 전 죽은 줄 알았던 발랑틴 덕분에 탑승대기구역 있던 운명들이 뒤바뀜을 하면서 역시나 뮈소답게(??) 해피 엔딩으로 끝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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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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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에서 닥친 가족의 불행. 그 거대한 슬픔 속에서 우연히 오게 되는 ‘파파’의 초대장. 유괴로 잃어버린 딸 미시의 죽음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그 오두막으로의 초대로 시작된다..

사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파파’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여인인 하느님과, 성령과 예수의 모습에서부터 대화가 많이 어색하다.

왜 하느님이라는 존재가 계신다면? 이라고 생각해보는 계기는 되지 싶다.

"매켄지, 이 세계는 눈물로 가득하지. 네 눈에서 눈물을 닦아줄 이는 나뿐이라는 약속을 잊지마." P.376

끊임없이 고난의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눈물을 닦아줄 이'가 있다는 것 때문에 종교인은 마음의 안식을 찾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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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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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가 막힐 때 머리도 쉴 겸 해서 시를 읽는다. 좋은 시를 만나면 막힌 말꼬가 거짓말처럼 풀릴 때가 있다. 다 된 문장이 꼭 들어가야 할 한마디 말을 못 찾아 어색하거나 비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도 시를 읽는다. 단어 하나를 꿔오기 위해, 또는 슬쩍 베끼기 위해. 시집은 이렇듯 나에게 좋은 말의 보고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 中 215-216
 
 

그다지 수필 종류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좋아하는 박완서님의 글을 오랜만에 만나는 기쁨에 작가의 수필을 대하게 됐다. 역시나~~하는 마음으로 읽게 됐다. 연륜에서 오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작가의 눈을 통해 늘 바쁘게 살아가는 척 하면서 내 근처를 둘러보기를 못하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흐르는 강가에서’에 양수리-수종사-다산유적지로 가는 길은 몇 번이나 다녀온 길인데 이렇게 세심하고 사물을 보고 읽고 듣고 하면서 기억해낼 수도 있구나싶고, ‘나는 다만 바퀴 없는 이들의 편이다’에 나오는 남한산성에 관한 이야기도 매우 인상적이다.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할머니 같다가도 아주 예민한 소녀처럼 보이는 것이 작가의 소소한 일상들에서 느껴지는 삶의 지혜 등이 놀랍다.

독후감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쓴 2부 책들의 오솔길도 좋고, 추모사들이 담긴 3부 그리움을 위하여도 인상적이다. 늘 건강하셔서 또 다른 책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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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
김중혁 지음 / 창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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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감식반의 나. 도서관의 뚱보130. 엄마를 인정하지 않는 홍이안. 모두 일반적이지 않은 이들이 모여 만나게 되는 좀비와의 만남.

머지않은 미래 고리오 마을에서 만나게 되는 좀비들의 무리
글쎄다. 군사지역이라며 무통신지역인 고리오 마을과 인연을 가지게 되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삶과 죽음이 늘 함께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 아니면 외면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 하는 죽음을, 삶을 좀비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화면상으로는 더 그러하지만 좀비나 귀신, 흡혈귀 등이 등장하는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다. 친구에게 선물을 받은 책 속에 있었고 옆에서 먼저 읽어보고는 재미나다고 해서 읽어보게 됐다. 특이한 내용이긴 하지만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역량이 궁금해 작가의 다른 소설집이라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좀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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