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부터다.
왼쪽 손가락 끝부분이 딱딱해지더니, 드디어 뱀이 허물벗듯 스킨들을 벗어던지기 시작한거다.
솔직히, 어릴적부터, 약간의 알레르기같이 겨울이 다가오면, 껍질이 벗겨지고 그랬긴 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이런 적 없었는데...
정말, 지금의 이 불편함이란 속상할 정도다.
요즘들어, 나의 즐거움인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때도, 책장 넘기기가 너무 불편한거다.
손가락에 촉촉함이 없어지고, 바싹 마른 낙엽같이 거칠고, 스치면 움찔거리는 느낌때문이기도 하고, 책이 넘겨지지가 않는다.
뭐 업무를 할때나, 밥을 먹을때도 마찬가지지...
키보드 치는 이 순간도, 불편을 감수하는 듯한 기분인데...
갑자기...이런 생각이 드는거다.
아...어서 손이 예전처럼 촉촉한 정말 내 손으로만 돌아와준다면, 행복하겠다고...
시시때때로 행복을 말하는 내 입에서, '이러이러면~ 진짜 행복할것 같다라니'
정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행복이란게 어려운게 아니구나 란 생각? 손가락의 불편함이 사라지고, 예전으로만 돌아가면, 행복해질거라는 확신을 가지다니...
또는 그럼 말쨩했던, 이전의 나는 그 불편함없고, 간단한 행복을 모르고 지나쳤단 말이겠지.
그렇다면, 지금은 약간 불편하단 그 느낌때문에 묻혀진, 그 외에 멀쩡한 나의 모든 것들때문에, 충분히 행복할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진짜 행복한 사람일수 있다!
# 엄마, 아빠가 귀엽다란 생각을 시작한지 음 4~5년이 되었다.
내가 독립한게 10년이 지났지만, 엄마,아빠의 특별함을 느낀건 4~5년전이니까..그 이전의 25년동안은 몰랐단 말이겠지.
너무 귀여워서, 문득문득 떠오르게 보고싶은 느낌.
그런 느낌을 갖게 된 건 나로 인해 시작되었었다.
외지에서 생활하면서도, 부모님께 애틋한 마음을 제대로 가진적도, 표현한적도 없었었다.
아마 그것때문에, 부모님도 내가 그닥 애틋하지 않았을거라 생각된다.
몇일에 한번하던 형식적인 통화를 그럭저럭 걱정되실까봐 한두마디 안부인사 드리고 황급히 끊고 그게 전부였었다.
언제부턴가, 그런 형식적인 가족관계가 너무 싫었다... 내가 가식적이란 느낌이었다.
그 이후의 통화부터 조금씩 변화하지 않았나 싶다. 어른이 되어, 뉴스가 좋아지고, 다큐멘터리나 인간극장이 좋아진 시기와 맞물릴수도 있고...
나의 그 마음을 느낀 후였을거다.
엄마,아빠의 전화속 대화가 정말 깜찍하게 변한 게...
통화할때면 톤이 1.5배 높아지는거다. 그리고, 그 경상도의 무뚝뚝한 어르신들이...끊을 때~ 서울사람말투로~아니 초등학교 조카보다 더 발랄하게~"안 녕~~~~"하고 끊는거다.
가끔은 맛있는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고 자랑을 하시면서, 맛있겠지~ 하고 물어오실때, 난 완전 오바해서~"ㅇ ㅏ~너무 먹고싶다~ ㅇ ㅏ 같이 먹고싶다~~저두 사먹고 말거예요~"
하면~ "옛다~ 던졌으니 먹어라~" 이러시는 거다!
정말...귀여워서..그만 귀여워서... 그래서...난 고향으로 돌아가고싶은거다.
그렇게 몇년의 감정들이 쌓여서...이제는 엄마,아빠는 물론, 오빠, 언니, 명진이, 조카들 형부랑 새언니랑 모든 사람들이 내 살같이 느껴지게 되었다.
참... 그래서...온 가족들이 모여서 하는 일에 끼여들고 싶고, 펜션도 내가 챙겨주고 싶고, 도와주고싶은거다.
참 슬픈 느낌이지만, 아름답기도 하다. 웃음이 많은 가족들을 가져서... 나보다 100만배 긍정적인 사람들 옆에 끼여있을수 있어서...
# 20살때 대전야구장에 가 본 이후 또 10년 만에.. 서울잠실야구장을 갔다.
야구경기란게.. 티비에서 보면, 축구보다 10배는 더 재미없어보였는데... 어제 이후로, 난 축구보다 10배 더 재밌는 게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제는 엘지의 홈경기였고, 엘지의 서프터즈들과 롯데의 열광적인 경상도 서포터즈들땜에, 그렇게 느껴졌을수도 있겠다.
너무 재밌어서, 또 갈 궁리를 하고 있다.
담주 선미 만나기로 했으니까... 암말없이 야구장을 데려가야겠다~ 정말 즐거웠음으로~
우리 가족들이 서울과 가까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온 가족을 야구장으로 데리고 와서...야구장에서 할수 있는 모든것... 오빠랑 언니들에게는 맥주랑 오징어랑 과자를 쥐어주고, 조카랑 나랑 명진이랑 엄마,아빠는 치킨과 햄버거, 사발면, 김밥을 온통 쌓아두고 소리지르며 먹었을텐데~~~
# 이번주는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읽는 중... 콩쨩한테 받은지 1년 반만에 드뎌 읽고 있는 무서운 나! 하지만 읽자마자 재밌어서 무서운 속도로 읽어나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