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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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당혹스러웠던 점은 기존의 페미니즘 도서에서는 볼 수 없는 페미니즘계 내부의 일부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공감이 가기 보다는 정신적으로 피곤했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객관적 근거나 통계 자료 없이 나열된 저자의 주장만으로는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었고 감정적인 소모만 될 뿐이었다. 저자의 이런 좌우 위아래 가리지 않는 비평이 특정 부분에 있어서는 의미도 있고 생각할 여지를 주기도 했지만 유독 백인 상류 지식인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질타는 불편한 마음만 불러 일으켰다. 차라리 좀 더 담담하게 있는 사실만 나열한다든지 혹은 (정희진 선생님처럼) 자신에 대한 반성이 실려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본문보다 오히려 권김현영님의 해제가 훨씬 내실 있고 좋았다.

 

 

 노동자 계급이면서 실직자인 많은 남성은 백인우월주의-가부장제하에서는 자신의 일에서 권력을 맛보지 못하므로 자신들이 절대적인 권위와 존경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가정에서 대리만족하라고 부추겨진다. 남성들은 지배 계급 남성들에 의해 사회화되어 일터와 같은 공적 세계에서는 지배받지만 가정이나 연인 사이 같은 사적 세계에서는 응당 권위를 누려 남성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직자나 저임금 노동자로 편입되는 남성들이 많아지고 일터로 나오는 여성들이 늘어날수록, 어떤 남성들은 성차별주의적인 성역할 위계 내에서 자신들이 권력과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폭력을 행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본문 155쪽-

 

 

 2017년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지나치게 공부를 많이 하고 자기를 계발하는 여성들을 실질적으로 처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보고서의 마지막에는 실력과 경험을 갖춘 여성들의 눈이 높아져서 더욱 결혼을 기피하고 있으므로, 국가에서 "비밀리에" 여성들의 눈을 낮출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자는 제안으로 끝난다.

 

                                                                         -본문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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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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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의 단편집은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은 적이 없다.

추리소설인데 범인이 다 읽혔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만 약간의 반전이 있긴 했지만...

이제  단편은 무조건 걸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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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 - 며느리의, 며느리에 의한, 며느리를 위한
수신지 지음 / 귤프레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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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해서 처갓집 종이된 사위는 본 적이 없지만 결혼해서 시댁 노예가 된 며느리는 무수히 보았다. 결혼한 주변인들 중에 시댁에서 손님 대접 받고 사는 며느리는  단 한 명도 없다.

 

시어머니 설날 저녁 에피소드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어느 가정이든 종 역할을 맡은 사람이 꼭 있다.

 

엄마? 딸? 며느리? 손녀?

 

실질적 가장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던 딸한테 평소 밥 안차려준다고 때려 죽인 백수 친부도 있지 않았던가? 목격자는 11살 짜리 손자였고...

 

http://www.insight.co.kr/news/119634

 

센 여자의 반댓말은 왜 착하고 개념 있는 여자지? 한글 안 배웠나? 약한 여자 아닌가. 스스로 약한 여자만 골라 좋아하고 내가 늘 이기고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여자를 좋아한단 소린 절대 못하고...

여자한테 네가 착해서 좋다는 말로 칭찬하는 것처럼 포장을 해..

 

세다의 반대말이 왜 착하다임? 약하다지? 우리 은영이는 약해서 좋아. 맨날 내가 이기잖아.

 

맞는 말만 하고 반박할 수 없으니까 기세다고 싫어하는 거지. 자기들이 틀렸다는 거 인정하기 싫다는 거니까. 아직 멀었다.

 

우리 모두가 며느라기니까. 어느 집은 그걸로 이혼할 거고 어느 집은 참고 살거고 어느 집은 싸우고. 그런 모두가 며느라기니까 하나의 결말은 없겠죠.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는 며느라기를 요구하는 사회에 아니요 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문 4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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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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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이 책이 재미있다고 했고, 또 누군가가 이 책을 추천했다. 그리고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안 읽어볼 이유가 없었다.

 

막상 읽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장르의 소설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신선한 소재라서  괜찮았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문장도 엉망, 내용도 엉망이었다.

 

시사성을 담고 있어서 별점 한 개를 더 추가했을 뿐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은영은 다른 종류의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따가, 어느 새부터 인가는 보상을 바라는 마음도 버렸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본문 117쪽-

 

 은영은 말했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거절도 할 줄 아셔야 해요. 과도한 업무도 번거로운 마음도 거절할 줄 모르면 제가 아무리 털어 봤자 또 쌓일 거예요. 노, 하고 단호하게 속으로라도 해 보세요.

 

                                                                                                 -본문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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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1주년 한정 리커버 특별판)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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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일전에 저자의 '지대넓'을 읽다가 그만둔 적이 있다. 이 책도 읽어보니 신영복 선생 같은 분에 비하면 깊이감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러하기에 더 쉽고 대중적이라고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본문 34쪽-

 

시 필사를 많이해서 인지 아름다운 문장들이 참 많았다.

일반인들은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고, 일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생활하는데, 작고 사소한 것 하나 하나에 물음표를 달고 해답을 구하는 저자의 자세를 보니 역시 철학자는 철학자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백미는 후반부이다. 왜 사는지에 대한 작가의 현답은 참 와닿고 마음에 들었다.

 

 헤어짐도, 망각도, 죽음도, 아쉬운 것은 없다.

우리는 운명처럼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테니.

 

                                                                               -본문252쪽-

 

 

 

시작과 끝.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는 다시 운명처럼 만나게 될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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