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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ㅣ 그림책은 내 친구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사람이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렸기 때문에 삽화가 상당히 서양적이다. 그런데 그 속에서 드러나는 가족의 캐릭터는 저마다의 개성이 은유적으로 직설적으로 재미있게 드러나며(가족들의 얼굴과 표졍에 주목)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한 가족이 동물원에 갔다 오는 여정을 그린 이 동화책은 독자들에게 여러가지 상황과 문제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우선 재미있었던 점은 매표소앞에서 아들의 입장료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아빠의 행동이다. 서양사람들은 다 합리적이고 도덕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무너지며 어딜가든 사람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아줌마들의 단상이 많이 떠올랐다.
그리고 두번째로 동물들에 대한 생생한 삽화이다. 이 책으로 우선 아이와 동물원에 대해 그림도 보고 이야기도 나눈후, 직접 동물원에 가서 그림과 대조해보며 관찰하는 것도 참 재미있는 탐구활동이 될 것 같다.
셋째로는 동물원의 동물들을 보며 느끼는 가족들의 생각이 저마다 틀리다는 점이다. 동물들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고 감성적인 엄마(표정이 대체로 우울하다.)에 비해 아빠(변화무쌍)와 아이들(전형적인 개구쟁이들)은 동물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그 보다 주변 여건에 더 관심을 보인다.
넷째,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의 무기력한 행태와 표정이다. 생동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슬픔까지 배어나는 그들의 모습이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그날 밤 주인공이 이상한 꿈을 꾸는 장면에서 나는 처음에 결말이 너무 황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지막 삽화를 자세히 살펴 본 순간 섬뜩한 기분이 나를 감쌌다. 말없이 그러나 아주 날카롭게 독자들에게 던지는 저자의 질문에 인간인 이상 반성을 아니할 수 없게 만드는 엔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