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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은 끝나지 않았다 - 화성연쇄살인사건 담당형사의 수사일지
하승균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최근 연쇄살인범의 체포로 온나라가 들썩 했다. 연쇄살인사건과 살인범의 체포 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번 사건에서 형사는 단순히 제보에 의해서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을 뿐, 이미 일어난 살인사건 조차 파악하지 못한채 또하나의 미궁으로 빠질 수 있는 범죄의 여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경찰이 한심할 수 밖에 없다. 밥 먹고 하는 일이 범인 잡는 것인데 왜 그렇게 범인 하나 잡지 못하는가 말이다. 이런 비난 섞인 질책은 같은 경찰계 안에서도 의문을 던지나 보다.
하지만 연쇄살인사건은 정말 난해한 사건 중에 하나이다. 치정이나 금전등 동기가 분명한 살인은 사건조사 시작부터 용의자의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며, 그 명몇만 추궁하고 조사하면 되지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에는 그 피의자 역시 불특정 다수에 속하게 되므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되어 막막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시민의 제보이다.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시민의 제보를 통해서 체포한다고 한다. 최근 유영철의 사건 역시 제보가 없었다면 완전범죄로 끝났을 것 이다.
이 책에서는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해서 비교적 상세히 알 수 있다. 본인은 영화 살인의 추억과 현실과 많은 괴리가 있다고 하지만 스스로 이야기 하는 사건 조사상황을 보면 많은 부분이 살인의 추억과 흡사하다. 뭐 본인은 꼭 범인을 잡고 말것이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있지만 사건이 일어난지 많은 시간이 흘러서 몽타쥬에 그려진 모습과 얼굴도 많이 변했을 것이며 지금까지도 못잡은 범인을 앞으로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안타깝게도 서울 부녀자 연쇄 살인 사건, 와룡살 개구리소년 사건 역시 유력한 용의자 선상 조차 올려 놓지 못한 채 흐지 부지 되고 있으며 연쇄살인 사건은 아니지만 포천 여중생 사건 역시 진전이 없다.
그만큼 이제는 사건에 대한 수사 방향과 접근 방식이 타 전문가와 연계해 좀 더 견고해졌으면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제보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제보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사실 이 책은 너무 저자의 사적인 감정이 실려 있어서 그다지 내용면에서 높이 평가 할 수는 없지만 아직은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가 전후무후한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나온 희귀(?)한 책이기 때문에 점수를 좀 더 후하게 줬다. 앞으로도 연쇄살인사건은 계속 발생할 것이며 그 범행 방식 역시 더 대담하고 치밀해질 것임은 분명한 상황에서, 이제는 경찰이 늘 범인의 뒤만 쫓다가 끝나 버리는 안타까운 결말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